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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임대 사업을 하고 있는 박모(51)씨는 최근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를 통해 독일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후순위채(연 7% 수준 수익률 제공) 50억원치를 매입했다. 국내 채권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고금리 회사채도 가뭄에 콩 나듯 나오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와중에 우리투자증권이 확보한 도이체방크 채권 물량에 투자한 것. 김씨는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해외 우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장기 투자할 계획이다.
#강남 대치동에 거주하는 김모(58) 여사는 요즘 주식계좌에 찍힌 수익률을 보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올해 초 신한금융투자에 계좌를 튼 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EWJ'에 투자했는데 지금까지 수익률이 25%에 이른다. EWJ는 일본 대형기업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대까지 치솟으면서 일본 대표기업의 주가도 급등한 덕분이었다. 김 여사는 이번에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관련 ETF에 투자를 고려중이다.
해외 자산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투자하는 강남 슈퍼리치들이 늘고 있다. 과거 초저금리로 인해 해외에서 투자처를 찾았던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 미국의 '스미스 부인'처럼 국내에도 '김 여사'가 부상하고 있는 것.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3월까지 해외주식 결제대금(ETF 포함)은 16억 6,952만달러로 지난해 전체 9억5,300만달러를 2배 가까이 앞선다. 지난해까지 연간 기준 역대 최고 금액이었던 2010년 13억5,000만달러도 이미 넘어선 상태다.
해외주식 직접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국내 증시보다 해외증시의 상승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미국ㆍ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선진국 및 이머징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국내 증시만 맥을 못 추면서 슈퍼리치들이 해외로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이 올 들어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는 증시 상승폭이 두드러졌던 일본과 미국이다. 예탁결제원이 발표하는 국가별 주식투자현황에 따르면 4월 29일 기준 일본 주식 거래대금이 1조3,566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미국이 1조1,93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일본증시는 '아베노믹스'에 따라 연초 후 24.8%나 급등했고 미국 증시도 9.8% 올라 2007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며 쾌속 순항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특히 슈퍼리치들은 해외 주식 개별 종목 보다는 해외증시에 상장된 ETF에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개별 주식에 투자하려면 일일이 해당 종목을 분석해야 하지만 ETF는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거나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최근 한 달간 해외주식 거래금액 상위 10개 종목 중 ETF가 무려 7개나 포진해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CHINAAMC CSI300 INDEX' ETF 거래대금이 356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 영업팀 과장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가 130여개에 불과한 반면 미국ㆍ홍콩 증시에 상장된 ETF는 종류도 다양하고 레버리지도 3배에 이르는 ETF가 있다"며 "보수도 저렴해 슈퍼리치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자기법도 고도화 되고 있다. 그 동안에는 저평가 된 종목이나 국내 종목 대비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는 종목만 사들이는 '롱 온리(long only)'전략만 구사했다면 이제는 헤지펀드가 구사하는 '롱쇼트(long short)' 전략을 직접 주문한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엔화 약세가 예상될 경우 도요타, 혼타 주식을 매수하고 엔화 강세에 베팅하는 ETF를 공매도하는 식이다.
해외주식뿐만 아니라 해외채권도 슈퍼리치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현재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 내외인 반면 이머징 국채는 최대 연 10%수준의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만 하더라도 브라질 국채로만 투자가 쏠렸다면 올해 들어서는 멕시코, 터키, 남아공 등 고금리를 제공하는 이머징 국채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달 초 멕시코, 호주, 러시아, 말레이시아, 남아공 등 5개 국채 중계 업무를 시작하는 등 삼성증권(멕시코), KDB대우증권(터키), 동양증권(인도), 대신증권(우리다시본드)등 국내 증권사들이 잇따라 해외채권 중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들 이머징 채권은 만기시까지 보유할 경우 연 5~10%수준의 수익을 제공하며 향후 해당 국가의 환율이 반등할 경우 환차익까지 올릴 수 있어 슈퍼리치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배한규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본부장은 "브라질국채에 집중됐던 해외채권 투자 열기가 이제는 다른 이머징 국채로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지난 2011년 메릴린치의 한국 PB부문을 인수한 우리투자증권은 해외채권 물량 확보에 강점이 있다 보니 일부 슈퍼리치들이 이머징 국채뿐만 아니라 일반 해외 회사채 물량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슈퍼리치들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 프리미어블루 지점에 해외 FX마진 전문가도 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직접 투자뿐 아니라 간접 투자도 성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연초 이후 해외채권형, 해외혼합형 펀드(공ㆍ사모 합계)로 각각 6,050억원, 2조1,035억원이 유입됐다.
최근 증권사들은 국내 증시나 국내 개별종목에서 벗어나 일본 니케이 225,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미국 S&P5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발행량을 늘리고 있다.
이용훈 과장은 "슈퍼리치를 중심으로 한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및 채권 투자로는 목표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빠른 속도로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며 "특히 해외 주식으로 거둔 매매차익의 경우 금융소득종합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타나베 부인·스미스 부인… 일본·미국 개인투자자 고수익 찾아 해외로 '와타나베 부인'은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고수익을 찾아 해외를 누비는 일본 개인투자자들을 지칭한다. 주로 고금리의 해외 채권에 투자하며 와타나베 부인이 저금리로 엔화를 조달해 고금리 국가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엔 캐리 트레이드'라고 한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저금리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인 1990년 일본의 정기예금 금리는 8%에 달했다. 하지만 버블 붕괴와 함께 빠르게 하락해 1995년 이후 1% 밑으로 떨어졌다. 현재 일본 기준금리는 0~0.1%로 거의 제로수준에 가깝다. 이로 인해 미국, 호주 등 선진국 국채는 물론 이머징 국가와의 금리차가 확대되자 해외 고금리 채권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미국과 유로존 마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자 '스미스 부인', 소피아 부인'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국내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해외채권을 비롯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김씨 여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김씨 여사'의 투자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국내 회사채나 국채 대비 해외 채권의 금리가 높고 안정성도 견고한 만큼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숙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수석웰스메니저는 "현재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수준이 3% 하회하는 시점에서 해외채권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며 "채권은 만기 이전에 매매 시 금리 변동에 따른 매매차익 부분도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목표로 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