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여(與)는 정국구상, 야(野)는 민생행보.’
여야 지도부의 설 연휴 행보가 크게 갈리고 있다. 2ㆍ14 전당대회 성공으로 당 붕괴의 위기를 넘긴 여당은 부활을 위한 정국구상에 들어간 반면 신당추진이나 대선레이스에 비교적 가속도가 붙은 야권은 생활현장을 돌며 서민 마음 잡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보수당’이나 ‘부자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대선을 앞둔 올해의 설 연휴가 서민 포용 이미지를 전달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
이에 따라 김형오 원내대표와 전재희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 10여명은 16일 서울 영등포 광야교회 앞에서 노숙자들에게 일일이 점심식사를 나눠주면서 생활고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간담회를 열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어렵게 사는 노숙인들이 하루 빨리 희망을 갖고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재기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위로의 말을 전하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군 부대를 방문한 데 이어 오는 18일에는 고향인 대구에서 대구지하철 참사 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유가족과 슬픔을 나누기로 했다.
제3의 원내 세력으로 급부상하면서 중도주의 신당을 추진 중인 통합신당모임도 이번 설 연휴를 민생현장 탐방의 호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23명에 달하는 통합신당모임 소속 의원들은 17~18일 귀향기간 동안 각자 재래시장과 양로원ㆍ고아원ㆍ복지시설을 돌며 서민경제현장과 불우이웃들의 고충을 듣고 이를 모아 19일 민심대책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생산적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신당 추진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과시하고 나선 것이다.
정계개편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민주당도 민생행보의 대열에 함께했다. 장상 민주당 대표가 서울 경동시장 등 재래시장 3곳을 방문하고 전국 시ㆍ도당에서도 재래시장 3곳을 도는 행사를 열어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동향과 현장의 민심을 파악하는 기회로 삼았다.
민주노동당은 16일 서울역 로비에서 귀성객들을 상대로 귀향 인사 겸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서명이벤트를 진행해 다른 당과는 차별화 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야권 민생행보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여당은 대국민 이벤트를 자제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열린우리당은 매년 명절 때마다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 보호시설 등을 순회하며 민생 점검 행사를 벌여왔지만 올해는 이렇다 할 스케줄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
정세균 신임 당 의장이 1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귀성인사를 하는 게 현재까지 공개된 당 지도부 일정의 전부다. 정 의장은 대신 명절동안 지역구에도 내려가지 않고 정계개편을 위한 묘안 만들기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