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의 3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3.5%(연율환산)로 잠정 발표됐다. 경기가 최악에서 드디어 벗어났으며 이제 디플레이션 위험도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남은 과제는 이러한 회복세가 지속적인 경기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이다.
이번 국내총생산(GDP) 통계에서 개인 소비는 이전 수준인 71%를 차지했지만 기업 투자는 12.1%에 불과했다. 최악의 상태인 고용 시장이 회복되지 못하면 소비가 경기회복세를 계속 주도해가지는 못할 것이다. 저조한 투자는 기업이 현재 대규모 프로젝트 등의 추진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드러낸다.
현재의 회복세가 지속적인 확장세로 전환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다. 정부의 재정 및 통화 부문 팽창정책은 결국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어 향후 경기 확장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경기 부양책이 고용의 지속 및 창출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와는 별개로 정부 재정에 막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올해 1조4,000억달러로 예상되며 10년 후에는 9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모든 회사 및 투자가는 곧 대규모 증세가 닥칠 것을 예상하고 있는데 특히 건강보험 개혁안은 중소기업에 결정적 타격을 가할 것이다.
최근 달러는 유로와 기타 통화에 비해 약세를 띠고 있다. 글로벌 수요가 아직 미약한데도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올라간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책임이다. 달러화 사용 국가에서는 자산시장이 거품 조짐을 보인다. 통화정책이 FRB와 연계돼 있는 홍콩이 대표적이다. 또한 글로벌 핫머니(단기 투기자금)는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브라질 등 신흥시장으로 마구 몰려들고 있다.
FRB는 결국 긴축정책을 시행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FRB가 갑작스럽게 긴축으로 선회해 큰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FRB는 지금이라도 점진적인 긴축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현 팽창정책을 재검토할 것 같지 않다. 실업률 9.8%라는 최악의 고용상황에서 긴축정책으로의 전환은 정치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중간선거를 고려해 부양책으로 돈을 뿌리고 있지만 지속적인 경기 확장을 위해서는 그동안의 팽창정책과 무분별한 시장개입을 종식해야 한다. 경제는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이 다시 살리도록 놔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