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외형경쟁보다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해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인터넷몰에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인터넷쇼핑몰이 매년 급성장해왔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로부터의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인터넷쇼핑몰시장은 국내에 처음 선보인 지 10년 만인 올해 13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제 인터넷쇼핑몰은 소수의 네티즌들만 사용하는 ‘비주류’ 유통 채널이 아니라 명실공히 ‘주류’ 유통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오픈마켓 옥션은 지난 10년간 언제나 한발 빠른 선택과 전략으로 시장 판도를 주도하며 인터넷쇼핑시장의 고성장을 이끌어왔다.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맞은 인터넷쇼핑몰시장. 인터넷쇼핑시장 고성장의 ‘핵심 플레이어’ 옥션의 선택은 무엇일까. 박주만(39ㆍ사진) 옥션 사장은 “소비자들의 신뢰”라고 강조한다. 그는 “인터넷쇼핑몰산업은 정보기술(IT)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산업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면서 “하지만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모든 성과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년간 인터넷쇼핑몰 업계에서는 관련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황태자’로 등장했다가 사기 사건과 소비자 불만 폭증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사라진 기업들이 수도 없이 많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오픈마켓시장에 자살용 도구 같은 유해상품을 비롯해 각종 ‘짝퉁’상품 등이 거래되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는 한 인터넷쇼핑시장의 성장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신기루’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박 사장의 생각. 그래서 그는 올해부터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상품들을 걸러내기 위한 작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옥션은 이제는 의무화된 매매보호시스템(에스크로)을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해 도입하고, 상표권자와 옥션이 공동으로 ‘짝퉁’상품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실시하는 등 안전한 인터넷 거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며 “올 연말에는 품질ㆍ반품ㆍ환불 등의 분야에서 소비자 만족도에 따라 판매자들에게 혜택과 패널티를 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인터넷쇼핑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일일이 규제하고 법적 장치를 만들기보다는,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그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규제와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은 분리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무한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거나 도태되는 구조를 갖출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의 국내 1위 인터넷쇼핑몰이었던 옥션은 최근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도전을 받고 있다. 토종 오픈마켓 회사인 G마켓이 무서운 성장세로 선두 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CJ 등 대기업들이 오픈마켓시장에 뛰어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 추세라면 옥션이 선두 자리를 고수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박 사장은 느긋하다. 박 사장은 “현재 인터넷쇼핑몰 업체 중 영업이익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이 수두룩하지만, 옥션은 매년 2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의 치열한 경쟁 상황도 2~3년 내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며 “인수합병을 통한 구조조정보다는 대주주들이 사업을 접는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에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옥션은 최근 몇 년 새 1,300억원에 달하는 내부유보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자금력을 앞세운 마케팅 경쟁에서도 자신 있다. 하지만 맞대응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을 시스템 안정화와 신뢰 구축에 투자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면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대목이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판단은 신중히 추진은 신속하게" 박주만 사장은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출신답게 균형과 조율을 중시한다. 경영적 판단을 내릴 때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실익을 저울질해 판단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실제로 최근 오픈마켓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자 실무진들은 갖가지 초단기 처방을 제시했지만, 박 사장은 모두 거부했다. "업계의 선도기업으로서 갈 길을 잊어서는 안되며 보다 큰 그림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경영 스타일은 개인적인 품성에도 나타나 주변으로부터 겸손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 덕에 30대 후반의 나이답지 않게 다양한 분야에 두루 지인들이 많다. 하지만 '1초의 경쟁'을 벌일 정도로 치열한 '전쟁터'의 장수기업인 만큼 결정적 판단과 추진력은 누구보다 신속하다. 최근 핸드폰으로 옥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옥션 모바일'은 박 사장의 작품. 경영진은 물론, 외부에서도 시기상조라며 서비스 시기를 늦추자고 했지만 박 사장은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일본에서의 모바일상거래사업에 대한 데이터와 치밀한 분석을 통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박 사장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오직 옥션만이 할 수 있는 복합 유통 채널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CEO와차한잔] ◇약력 ▦67년 서울 출생 ▦94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94년 현대종합금융 입사 ▦98년 미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Wharton School) 졸업 ▦98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입사 ▦2000년 두루넷 기획총괄 이사 ▦2002년 옥션 상무이사 ▦2004년 옥션 경영총괄 부사장 ▦2005년 옥션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