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살아나고 있다. '코란도C', '렉스턴W', '코란도 스포츠'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꾸준히 판매를 크게 늘리는 데 성공했다. 몇 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이 벌어질 때만 해도 쌍용차가 이처럼 빠르게 회생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그런데 쌍용차가 진짜로 살아나려면 SUV만 팔려서는 안 된다. 대형 세단 '체어맨'이 팔려야 한다. 체어맨은 오랫동안 풀체인지가 이뤄지지 않아 경쟁 모델인 현대차 '에쿠스', 기아차 'K9'보다 올드한 감이 있지만 쌍용차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내놨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뉴체어맨 CW700 4트로닉 보우(BOW) 에디션'이라는, 다소 장황한 이름을 가졌다. 4트로닉은 4륜구동이라는 뜻이고, 보우라는 말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보우사의 가죽시트를 채용했다는 뜻이다. 본격적인 비즈니스 세단이어서 뒷자리는 두 사람만 탈 수 있게 설계됐다. 운전기사가 있고, 뒷자리에서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해야 하는 비즈니스맨을 위해 만든 차다.
우선 외관은 과거 체어맨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별로 설명할 게 없다. 다만 뒷모습이 보다 젊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문을 열고 차에 타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움에 깜짝 놀라게 된다. 쌍용차는 이 차에 대해 "인테리어의 품격을 한층 높여, 움직이는 집무실이자 VVIP를 위한 휴식 공간"이라고 설명하는데 차에 타보면 지나친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상당히 신경 쓴 인테리어다.
시동을 걸고 부드럽게 속도를 높여봤다. 한번 체어맨을 산 사람은 또 체어맨을 산다는 말이 있는데 과연 주행감이 남다르다.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기술을 받아 만든 직렬6기통 3,600cc엔진과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수입한 7단 자동변속기는 정숙함과 부드러움에 강한 가속력까지 함께 선사한다. 특히 고속 구간에서의 안정성이 인상적이다.
서스펜션은 다소 무른 편이다. 승차감을 위한 선택일 것이다. 그렇지만 출렁거리는 느낌이 심하지는 않다. 코너를 빠져나갈 때의 느낌도 대형 세단 치고는 야무진 편이다. 국산 대형 세단 중에 4륜구동 모델은 체어맨이 유일하다. 이 차 역시 풀타임 4륜구동 특유의 안정감을 선사한다.
운전자를 교체하고 뒷자리에 타봤다. 공간은 넓고 승차감은 안락하다.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 일을 봐야 할 때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넓은 공간과 편안함이 있다. 단점은 브레이크인데 부드럽게 서는 것을 강조 하다보니 다소 제동이 밀리는 느낌이 든다.
쌍용차는 많은 이들로부터 심정적인 응원을 받고 있다. 아직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차가 잘 팔리면 남은 갈등이 모두 해소될 수 있다. 고가 차량인 체어맨 판매가 늘어 쌍용차의 완전한 회생이 더욱 빨라지기를 기대한다. 가격은 8,54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