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존 본 전무디스사 사장

『재벌들은 정부의 지도력을 받아들여 개혁을 실행해야 하며, 국제시장의 힘에 순응해야 합니다』 세계경제의 심판자로 불리는 뉴욕 월가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사의 사장을 지냈던 존 본씨(61)는 한국의 국가신인도 상향조정의 관건으로 재벌개혁을 들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주재 미국 대사, 미국 수출입은행 회장, 무디스 사장을 역임했던 그는 현재 투자자문회사인 버슨 마스텔라사에 이사로 있다. 그는 『신용평가기관들은 재벌개혁이 지속될 것인지, 금융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증거를 찾고 있다』며 『평가회사들은 신용등급 조정을 위해 경제개혁과 관련한 분명한 증거와 행동을 원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관건은 무엇인가.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신용평가회사들은 정부가 은행과 재벌개혁과 관련해 향후 어떤 조치를 내릴 것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방향이 분명하고, 개혁 의지가 변함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 재벌이 어떤 점에서 문제인가요. 문제는 비경제적인 자원배분이다. 자유시장경제는 그런 잘못을 처벌한다. 과거에 정부는 재벌을 지원했고, 자원의 경제적 배분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래서 자동차·철강 부분에서 생산과잉이 발생했다. 재벌들은 시장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들은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에서 수익성 제고 전략으로 전환하고, 오늘날 어느 나라도 글로벌 시장의 힘과 단절해서는 살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다음 밀레니엄에는 자원의 비경제적 배분을 통해 재벌이 사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재벌도 글로벌 개방경제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재벌은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고, 구조개혁을 해야 하며, 부채비율을 줄여야 한다. 이런 것들은 금방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이를 요구하고 있다. - 한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는데요. 좋은 소식은 상품가격이 하락, 한국 제조업의 코스트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엔화가 더이상 하락하지 않아 한국 상품이 경쟁력을 확보했다. 한국은 이제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많은 부분에서 경제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동시에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도 이 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위험이란 한국이 개혁을 실행한 것 이상으로 상황이 좋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개혁이 보류될까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한국은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 한국인들은 자기만족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경제가 바닥을 지났고, 이자는 내려가고, 국민들은 위기가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아직 개혁해야 할 부분이 많다. - 한국의 국가신인도는 언제 「투자등급」으로 올라설까요. 신용평가는 장기적 관점에 근거하고 있다. 외환보유고 증가 등과 같은 구체적 사건 그 자체가 신용도를 상향 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재벌개혁과 은행 구조조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한국의 금융여건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국에선 반가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는 긍정적인 절차를 밟아가고 있고, 개혁입법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신용평가회사들은 한국의 개혁 실천이 둔화될 것 아닌지 우려를 하고 있다. 또 재벌과 금융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악성 부채가 있는지를 고려한다. 이런 점들은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신인도 재평가에 부정적 요소가 된다. - 한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생겨나고 있는데요.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것은 한국에 대한 신뢰도가 생기고 있다는 징후다. 이 신뢰도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과 이머징 마켓을 찾아가도록 하는 요소다. 현재 한국과 미국 사이에 철강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무역분쟁이 심각해질 것이다. 미국은 무역적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을 반갑지 않게 대접할 것이다. 미국에선 2000년 대선을 앞두고 통상문제로 시끄러울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결정의 요소가 될 것이다. - 한국경제에 대한 조언을 한마디 더 한다면. 지난 25년동안 한국을 지켜보았다. 재벌 기업의 투명성, 국제시장에 맞는 경쟁력 확보, 합리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이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의 조건이 되고, 한국경제의 르네상스를 일으켜, 한국을 지도적 경제국가로 만들 것이다. 【대담=김인영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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