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감청 혐의 임동원·신건씨 영장 발부

朴·辛씨는 영장심사서 도청혐의 부인

국민의 정부 시절 불법 감청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동원ㆍ신건 전 국정원장에 대해 법원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두 전직 원장에 대해 15일 영장실질심사를 벌인 김득환ㆍ박철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후 10시 25분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동원(71) 전 원장은 재임기간(1999년 12월~2001년 3월)에 도청 전담부서인 8국(과학보안국)으로 하여금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R2)와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CAS)를 이용해 정ㆍ관ㆍ언론계 인사들의 통화를 도청하도록 지시하고 도청 내용을 보고 받은 혐의다. 후임인 신건(64) 전 원장도 재임기간(2001년 3월~2003년 4월)에 R2와 CAS를 이용한 불법 도청이 이뤄지도록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신 전 원장은 김은성(60) 전 국정원 2차장 등과 만나 증거를 인멸한 혐의도 받고 있다. 두 전직 원장은 조만간 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그러나 두 전직 원장은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신 전 원장은 서울중앙지법 김득환 부장판사 심리로 오후 2시부터 5시간 가까이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광범위한 도청을 지시했다는 검찰 수사 내용은 국정원 체계를 알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화 형식으로 감청 내용이 기재된 보고서를 받은 적이 없다”며 감청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임 전 원장은 박철 부장판사 심리로 오후 5시 45분부터 2시간 여 동안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과거부터 계속돼 온 국정원의 불법 감청을 근절하지 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원장 재직 시 불법감청을 묵인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임동원ㆍ신건 등 두 국정원장이 정치인 등에 대한 대규모 정치사찰을 벌인 혐의를 포착하고‘충격적인’도청 사례를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장의 새로운 도청 내용이 공개될 경우 또 한차례 정치권 등에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김은성(구속) 전 국정원 차장은 14일 열린 첫 공판에서 두 원장 재직시 국정원이 당시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 등 정치권 뿐 아니라 정치사찰 차원에서 미래도시환경대표 최규선씨,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 관련 내용 등에 대해서도 도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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