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 1년2개월만에 사의 표명 왜?'

"의원입법을 해서라도" 연금법 개정 밀어붙이기
청와대도 사의수용 가능성 커
정부, 노령연금법 거부권 행사후 2개법안 재상정할듯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 1년2개월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유 장관이 야심적으로 밀어붙였던 국민연금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의 반대와 통합신당모임의 기권으로 부결된데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2월 취임이후 정력적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안 ▦기초노령연금법안 ▦노인장기요양법안 입법을 추진했던 유 장관은 지난 6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중요한 법안처리에 제가 방해가 된 것 같아 굉장히 송구스럽다”면서 “중요한 것은 정책이고 국정이며 일개 장관직을 유지하느냐 포기하느냐 보다는 국가대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안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2.9%, 급여수준은 현행 60%에서 50%로 낮춰 기금 소진시기를 늦추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는 “직접 ‘저 때문에 안 되는 거냐’하면 그렇게 말하진 않지만 뒤에선 그렇다고들 한다”면서 “저 때문에 정말 법령 개정이 어렵다면 장관직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안만 통과된데 대해 그는 “국민연금법 개정이 입에 쓰기 때문에 기초노령연금법안을 사탕과 같이 올려놨는데, 약사발은 엎고 사탕만 먹었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한나라당이 대선을 앞두고 노인표를 얻기 위해 기초노령연금법안을 통과시키는 인기영합적 표결을 하고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이 노골적으로 연금 개정안에 반감을 표시한데 대해 회의감을 감추지 못했다. 기초노령연금법은 하위소득 60%의 노인들에게 매달 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5%씩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급대상은 내년 1월부터는 70세 이상이고 단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으로 확대하도록 돼 있다. 복지부는 월소득 44만원 이하 노인 약 300만명이 매달 8만9,000원씩을 받게 돼 내년부터 한해 평균 3조원의 추가 재정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에게 기초노령연금법안에 대한 거부권 건의 방침을 밝혔다. 유 장관도 여러차례 의원입법을 통해서라도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노 대통령이 유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이 사의를 받아들일 경우 유 장관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가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물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까지 제기하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기초노령연금법안에 거부권을 제시해 다시 국회에 돌아갈 경우 국회의원 재적 과반 출석에 3분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통과가 이뤄진다. 노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기초노령연금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정부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포함해 복지 3법을 국회에 다시 상정할 예정이어서 한나라당 등과 갈등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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