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16일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여건이 양호한 지역이 아직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나 서울 변두리뿐 아니라 지방에는 이미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거품이 가장 많이 낀 지역은 어디일까. 청와대는 15일 청와대브리핑을 통해 강남ㆍ송파ㆍ서초ㆍ목동ㆍ평촌ㆍ분당ㆍ용인 등을 집값이 급등한 지역, 즉 ‘버블 세븐’이라고 지칭했다. 버블 세븐의 아파트 수는 전국의 9%에 불과한데 공시가격은 전국 아파트 총액의 29%나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값급등 지역 의식한 세금정책
부동산 버블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지방 주택시장의 경우 이미 경고등이 켜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난 2003년 10ㆍ29 부동산대책 이후 규제가 많고 택지가 모자라는 수도권을 피해 지방에서 이뤄진 과잉 공급이 수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론도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 등을 위한 지역개발 열풍에다 전매 허용 등으로 지방 주택시장의 과열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지방 건설업체들이 분양과 입주가 저조한 탓에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값 ‘꼭짓점론’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거품붕괴에 따른 가계부실이 더 걱정이다. 특히 그동안 아파트 분양가가 앞 다퉈 올랐지만 청와대가 분석했듯이 ‘버블 세븐’을 제외한 전국 아파트 값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면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청와대브리핑에 따르면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포함한 전국 주택가격은 2003년부터 2005년 말까지 연평균 2.6%(누적 상승률 7.7%) 상승해 안정된 수준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3.3%, 임금상승률 7.4%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또한 청와대브리핑은 강남을 제외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값 상승률이 2003년 이후 13.7%에 그쳤고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을 제외한 전국 아파트 값 상승률이 5%에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말해 강남을 비롯한 버블 세븐의 아파트 값 폭등이 골칫거리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분석하듯이 전국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았는데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곳은 바로 서민들이 살아가는 서울 변두리나 지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과도한 담보대출로 집을 마련한 서민들은 급격한 집값 폭락으로 과거 일본이 겪었던 것처럼 자산 디플레이션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국은행은 이달 초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집값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한은은 최근 특정지역의 집값이 90년대 초의 주택가격 급락 직전 수준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민 가계에 더 고통 줄수도
한은은 특히 지난해 가계 금융자산이 8.0% 증가한 반면 금융부채는 11.2% 증가해 금융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50.4%를 기록함으로써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 중 80%는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만큼 부동산 값 급락이나 대출이자가 상승할 경우 가계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집값 급등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강남부터 가격하락이 이뤄진다면 몰라도 결국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일부 지역을 지나치게 의식한 세금정책으로 서민지역부터 타격을 줄 우려가 높아진 셈이다. 아니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복지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확장일변도의 과세정책에 서민가계가 가장 먼저 고통을 겪는 모순이 나타날까 걱정이다. 이제부터라도 부동산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