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상시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부실 징후를 보이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정상화 또는 퇴출 여부를 판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작업은 정례 평가의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부실화된 중소기업이 대거 평가대상에 포함된 데다 은행권이 추진 중인 중소기업 공동 워크아웃과 직결된 평가 활동이어서 앞으로 은행의 중소기업 관리에 중요한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은행권 공동으로 추진 중인 중소기업 워크아웃과 각 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지도 아래 자율적으로 추진 중인 상시 기업신용위험 평가 활동을 연결시켜 중소기업의 정상화 또는 퇴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최근 자체 신용 평가 기준에 따라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기업들을 상시 신용위험평가 대상 기업으로 선정했으며 정밀 심사와 평가를 거쳐 오는 7월 초까지 평가 결과와 구체적인 처리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권의 고위 관계자는 "빚이 50억∼500억원인 업체들을 대상으로 은행들이 공동 워크아웃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상 업체 선정과 처리 방향 등을 둘러싼 채권단 내부의 이해 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고 전하고 "이에 따라 이미 제도적인 틀로 굳어져있어 상호 합의와 교통 정리가 손쉬운 상시 기업 신용위험평가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상시 기업 신용위험평가제도는 금감원의 지도로 각 은행이 매년 두 차례씩 여신규모 30억원 이상인 기업 중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가려내 자율 평가하는 것으로 그 결과에 따라 ▲정상 기업 ▲부실 징후 가능성이 큰 기업 ▲부실 징후 기업▲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기업 등 4가지로 분류해 개별은행 또는 은행권이 후속 조치를 취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부실 징후 기업의 처리 방향을 신속히결정한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인 만큼 중소기업 문제의 순리적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은행들이 살릴 기업은 과감히 살리고 정리할 기업은 신속히 구조조정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평가 결과 부실 징후가 있지만 정상화 가능성이 엿보이는 업체들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구성해 주거래은행이 다른 채권기관들의 동의 아래 정상화 지원을 진두지휘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신속히 정리할 방침이다.
이처럼 상시 신용위험평가가 중소기업 처리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부실화되는 중소기업이 올 들어 급증함에 따라 은행마다 신용위험평가 대상이 작년보다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은행은 작년 하반기에 201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 위험을 평가했으나 올해에는 평가 대상을 300∼400개 업체로 늘리고 매년 두 차례 실시하던 평가 방식도 수시 평가로 바꾸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하반기에 124개였던 평가 대상이 150개 수준으로 늘었고 조흥은행은 97개에서 117개, 기업은행은 116개에서 139개, 신한은행은 110개에서 120개,하나은행은 83개에서 90개 안팎으로 각각 증가했다.
산업은행은 평가 대상 기준을 여신 규모 3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바람에 대상 기업이 110개로 작년 하반기의 118개보다 다소 줄었으나 지난해 평가 대상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면 대상 기업이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전체의 신용위험평가 대상 기업이 작년 하반기의 1천92개(금융감독원의 집계)보다 300∼400개 가량 늘어났을 것으로 은행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평가 대상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부실 징후 기업이 늘어났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은행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신용 위험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반증이어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