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또 사상최고… "유럽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원인"

안전자산으로 돈 몰려


금값이 12일 온스당 1,232.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유럽 재정 위기 해결 방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7,500억 유로의 유로 구제금융기금 설립을 발표했던 지난 10일(현지시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래서 금값은 10일 온스당 1,200.8달러로 4일만에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7,500억 유로라는 '규모'에 압도됐던 세계 금융시장은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그리스나 스페인 등이 과연 근본적인 재정적자 해소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 등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금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금괴와 금화 등의 수요는 트레이더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오스트리아 조폐국은 최근 2주일동안 10만8,000온스 규모의 비엔나 필하모닉 금화를 판매했다고 전했다. 올들어 3월까지 판매량이 1만8,900온스에 불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인'금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오스트리아 조폐국의 케리 태터샐 마케팅 국장은 "최근 판매량이 크게 늘어 비엔나 필하모닉 금화의 3차 생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독일의 금 트레이더들도 "지난 주 금 거래는 평소보다 3~4배나 늘어났다"고 전했다. 현재 영국 런던의 상품시장에서 금값은 온스당 963.1유로로 연초에 비해 26%나 오른 상태다. 세계 최대 금 거래 은행인 UBS는 최근 금괴와 금화 판매량이 2008년 말 이후 최고수준이라고 밝혔다. 금값은 상당 기간 동안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씨티인덱스의 조슈아 레이먼드 에덜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며 "한동안 시장이 불안정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FG베스트의 마이크 댈리 금 전문 애널리스트도 "결국은 재정위기에 빠진 국가들이 스스로 일어서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지만, 어떻게 일어설 것이냐가 문제다"라며 비관론을 제시했다.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경제가 어려울 때 수요가 많아진다. 지난해 전세계 투자자들이 매입한 금은 228.5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00년보다 77.4%나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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