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가 국내 할인점 업계에 ‘가격’이라는 화두를 던진 신가격정책이 시작한지 11개월째를 맞았다.
이제까지 단순한 일부 품목의 일 주일 짜리 전단용 행사가 아니라 주요 생필품의 저렴한 가격을 최대 1년간 유지하며 ‘저렴한 가격’을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이 정책은 초기의 혼선을 벗어나 현재는 자연스러운 이마트의 경영전략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신가격정책을 주도하는 장중호(사진) 이마트 마케팅담당 상무는 “이제 가격 경쟁한다고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행사 초반 경쟁업체와 벌였던 삼겹살 ‘10원떼기’ 전쟁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년 넘게 이어진 신가격정책이 “고객들의 머리에 차곡차곡 쌓였다”고 판단되는 만큼 연초 요란한 홍보전을 지양하고 이제는 제도 안정화 차원에서 품목을 골고루, 꾸준히 늘려가는 전략을 펼친다는 것이다.
장 상무의 말대로 정책이 시작된 1월 이후 현재까지 가격할인이 적용됐거나 이어지는 품목은 400여 개에 달한다. 지난 4월, 즉 제도 시행부터 100여일 동안 79개 품목에 상시 할인가가 도입됐던 것을 고려하면 그간 품목 확대는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이어져온 셈이다.
장 상무는 그간 ‘연중 저가정책’이 아닌 ‘한 달짜리 단기행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초기에는 (할인이) 한 달 만에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3개월 단위로 얘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높을 경우 50%가 넘을 정도였던 가격 할인 폭은 현재 평균 15~20%로 다소 낮아졌다. 초기의 시선끌기용 할인 보다 이제는 제도 정착을 위해 낮은 할인율이라도 장기적으로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장 상무는 “(참여 품목 중) 식품과 비식품 비중도 50대 50”으로 할인품목의 종류도 균형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신가격 정책의 성과에 대해 그는 대형 제조업체와의 협상력이 눈에 띄게 올랐다는 점을 꼽았다. 장 상무는 “예전에는 만나주지도 않던 업체들과 이제는 대화가 된다”며 “아예 불가능했던 품목들도 이제는 조금씩 (할인정책에 동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한 달간 할인판매에 들어간 진로 참이슬후레쉬가 대표적이다. 그간 사은품 증정과 같은 행사는 있었지만 가격 할인은 최초라는 점에서 유통업체의 영향력이 커진 증거라는 게 장 상무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할인품목이 꾸준히 늘기는 했지만 5,000여 개에 달하는 전체 품목과 비교하면 지금까지는 일부 수준이다. 여기에 현재까지 할인이 지속되거나 진행중인 품목은 400여개 중 131개 품목에 그친다. 연초 신라면 가격 할인행사때 지적됐던 것과 같이 소포장 상품보다 1박스 분량의 대포장 제품에만 가격 할인이 집중된다는 점도 여전하다. 실제 ‘대형마트 사상 최초’라는 진로소주의 가격할인도 10병 들이 제품에만 해당된다. 업계에서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는 측면에서 챙겨야 할 부분이 더 많다”고 지적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