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에 대처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 등 아시아시장에 대한 원유 공급을 큰 폭으로 줄인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추가 감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 소집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유가하락이 가파르게 진행되자 세계 최대 정유사인 사우디 아람코가 아시아시장에 대한 원유 공급을 최근 2년래 가장 큰 폭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람코가 한국 정유 회사들에 2월 공급량을 11~14% 줄이겠다고 통보했다”며 “일본 정유 회사들 역시 기존 계약 물량보다 10~12% 적은 양을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급에 큰 차질은 없을 전망이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유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국내 정유사의) 현물시장 구매비중이 절반가량 된다”며 “사우디가 공급을 줄이더라도 국내 수급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OPEC은 유가급락을 막기 위해 긴급회의 소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OPEC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긴급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OPEC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에도 지원 요청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OPEC 의장인 모하메드 알하밀리 아랍에미리트(UAE) 석유장관은 “유가가 배럴당 53달러에 거래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며 “(감산하기로) 합의한 양을 100% 지키기는 어렵겠지만 우리는 감산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OPEC은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두 차례(10월, 12월)에 걸쳐 일일 원유생산량을 총 170만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유가(WTI)는 전일보다 배럴당 2.14달러(4.0%) 급락한 51.88달러에 마감, 2005년 5월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으로 52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온화한 날씨에 따른 미국의 석유소비 감소 ▦정제유 재고 증가 ▦투기자금 이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올 들어 16% 급락했다. 블룸버그가 원유 애널리스트 및 트레이더 47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다음주 이후까지 유가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사람은 20명(43%)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한 11명(23%)의 두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