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셰일혁명 산유국 위협 사우디 석유 의존 줄여야

알왈리드 왕자 국왕에 촉구
OPEC "지나친걱정" 일축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 빈 탈랄(56ㆍ사진) 왕자가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이 중동 산유국들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적인 원유 수요감소에 대비해 하루빨리 경제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산유국들은 이를 일축하는 분위기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동 최고 갑부이자 아랍권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히는 알 왈리드 왕자의 트위터 계정에 그가 지난 5월13일자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과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 등에게 보낸 공개서한이 올라왔다.

알 왈리드 왕자는 이 서한에서 “석유에 완전히 의존하는 것과 다름없는 사우디 경제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을 계기로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석유 의존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끊임없는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사우디는 올해 국가 예산의 92%를 석유 수출로 충당할 정도로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이지만, 사우디를 포함한 OPEC 회원국 석유에 대한 전세계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OPEC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총 수출의 88.4%인 3,185억달러(약 354조7,500억원)를 석유 판매로 벌어들였다. 그러나 사우디 석유의 주요 수입국인 미국은 최근 국내 셰일가스 생산이 급증하며 지난해 OPEC로부터 원유 수입량이 15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상태다. 알 왈리드는 “셰일가스는 피할 수 없는 위협이며 2,000만명에 이르는 사우디 왕국의 충성스런 시민들과 그들의 후손을 위해 원유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압둘라 국왕에 촉구했다.

사우디 왕자의 이 같은 걱정에도 불구, 알 나이미 석유장관과 OPEC 회원국들은 셰일가스 붐을 대수롭지 않은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알 나이미 장관은 알 왈리드 왕자가 경고를 보낸 직후인 5월말 OPEC 회담에서 “OPEC에 대한 도전은 셰일가스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일축했으며, 압달라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도 “셰일가스가 고갈된 뒤에도 OPEC의 원유는 남아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의 수요 감소에도 불구, OPEC의 석유 수출규모는 사상 최대인 1조2,600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미국·중국 등 주요 소비국이 에너지 독립을 목표로 점차 셰일가스 생산을 늘리면서 OPEC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오는 2035년이면 완전한 석유 자급자족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매장량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중국도 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석유메이저와 협력해 본격적인 셰일가스 생산에 돌입했으며 최근에는 유럽에서도 셰일가스 개발 붐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텔레그래프는 “전세계에서 진행 중인 셰일가스 붐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그동안 석유 수출로 얻은 수입을 막대한 사회복지비용으로 써버린 OPEC 회원국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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