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은 한 시대의 상징이자 역사의 현장이다. 건축물을 보면 그 시대의 흐름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후세는 당대를 읽는다. 그래서 건축물이 갖는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지금 서울시립미술관 6백년기념관에서는 「97 한국건축문화 대상」수상작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오는 19일까지 계속되는 「97 한국건축문화 대상」전에는 지난해 9월1일부터 올 8월31일까지 국내에서 준공된 건축물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건축물이 선정돼 사진패널과 설계도로 전시되고 있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 건축계가 일궈 놓은 노력의 정수가 한 군데 모여 있는 셈이다.
「한국건축문화 대상」은 지난 92년 서울경제신문과 건설교통부가 「환경과의 조화」 「인간중시」를 주제로 내걸고 개최한 시상제도다. 부실로 얼룩진 우리나라의 건설풍토를 바로 잡아보자는 사명감도 있었다. 95년부터는 대한건축사협회가 공동주최사로 참여, 명실공히 한국 최고권위의 건축문화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당초 상이름을 건축상이라 하지 않고 건축문화상으로 정한 것은 너무나 늦었지만 우리도 이제는 건축물을 문화의 한 장르로 보아야 한다는 뜻에서였다.
우리나라는 천년이 넘는 건축물이 별로 없다. 경주의 석굴암과 첨성대, 그리고 불국사 경내의 석조물인 다보탑과 석가탑 등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다. 지난날의 잦은 병화로 약탈, 파괴 또는 소실된 탓이다. 여기에 문화재를 아끼는 국민적인 정서가 별로 없었던 것도 그 한 요인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로마나 그리스의 아테네는 2천년이 넘는 건축물로, 다른 서유럽의 대도시도 곳곳에 천년 건축물로 가득차 있다.
정도 6백년이 넘는 서울은 회색빛 도시다. 온통 시멘트 콘크리트 건물만 임립, 숨이 막힐 지경이다. 건물을 올리는 것만 주력했지 주거의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은 탓이다. 환경과의 조화를 이룬다거나 사람을 생각하는 여유도 없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국민총생산(GNP) 1만달러를 넘어섰다. 이제 먹는 문제는 해결이 됐다. 삶의 질을 논할때다. 「한국건축문화 대상」이 지향하는 바가 바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공간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다.
해마다 「한국건축문화 대상」의 수상작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층 더 괄목상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축문화대상을 공동시행하고 있는 주최사로서 가슴 뿌듯하다. 수상작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며 수상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더불어 「한국건축문화 대상」의 발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