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블로그] 지민구기자의 ‘초보기자 생존기’ (4)

“읽고, 베끼고, 창조하자”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생활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시는 대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사자성어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있습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만 못하다는 의미죠. 모두 일리있는 말 이지만 기자들은 전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가 읽는 ‘텍스트’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기사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안녕하세요? (과장 조금 보태어)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신문’부터 찾아 헤매는 지민구 기자입니다. 최근 들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집 현관문 앞에 놓인 신문 찾으러 가는 일조차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조간 신문 1면을 즉각 확인하지 않으면 출근 준비를 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찜찜합니다. 오늘의 ‘톱 뉴스’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혹시 다른 매체에서 특종보도가 나오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잠이 덜 깬 상태에서도 신문부터 확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오전 4~5시만 되면 보급소에서 직접 신문을 찾아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몇몇 국회의원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한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러 물리적 한계로 인해 집으로 배달 받아 보는 신문은 두 개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기자실로 출근해서는 10여개 정도의 일간지를 정치면 중심으로 정독합니다. 많은 기사를 읽다 보면 내용이 비슷비슷한 게 많지만 제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보도된 것을 발견한 뒤 ‘탁’하고 무릎을 칠 때도 많습니다. 아울러 제가 쓴 기사와 다른 선배기자의 보도를 비교해보면 느끼는 점이 많습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쓰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내용이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기자의 취재 능력에 따라 기사에 투입되는 ‘팩트의 양’도 천차만별입니다.

물론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보기에 잘 쓴 기사는 자필로 한 번씩 베껴 쓰곤 합니다. 이른바 ‘필사(筆寫)’ 작업인데, 선배기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기사 작성 능력을 키우는 데 이만큼 좋은 훈련방법이 없다고 하네요.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이랄까요? 실제로 기자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초년병 시절에 선배기자들의 기사를 몇 편씩 베껴 쓰고 다양한 표현들을 수첩에 기록하는 등의 노력을 수년간 계속한 뒤에야 마침내 ‘기사다운 기사’를 쓸 수 있었다고 조언하더군요.

읽고, 베끼는 작업이 축적된 뒤에는 ‘창조’를 해내야겠죠. 기자는 결국 ‘좋은 기사’를 통해 독자들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니 말이에요. 물론 선배기자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은 기사를 쓰는 게 금세 될 일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꾸준히 기사를 읽고, 베끼면서 ‘나만의 기사’를 궁리하다 보면 독자들로부터 인정 받는 좋은 보도를 할 수 있지 않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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