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통일베트남 방문
31년만에 베트남 땅을 디딘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베트남과의 관계를 "적이 아닌 우호국"으로 정립, 이번 베트남 방문길이 양국 관계개선에 중대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 통일 베트남을 찾은 클린턴 대통령은 17일 천득렁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이 미국의 우호국임을 선언하고 양국이 세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지난 69년 베트남 전쟁중에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사이공을 방문한 이래 처음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베트남과의 앙금을 씻어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외교적인 성과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미 기업들은 베트남의 경제 개방이 가속화될 것이라는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94년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역제재를 해제한 이후 많은 미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려갔지만, 온갖 규제와 세금 장벽에 가로막혀 운신의 폭이 크게 제한돼 온 게 사실.
17일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베트남이 유치한 해외 투자는 지난 96년 85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6억달러로 급감했으며, 그나마 미국은 5대 투자국에도 꼽히지 못한다. 지금까지 베트남에 대한 미 투자액은 15억달러에 그친다.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인들은 그래도 지난 7월 양국간 무역협정이 체결된 이래 베트남에 개방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이번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이 이같은 추세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경제계의 기대를 반영하듯, 이번 방문길에는 보잉, 시스코 시스템스, 코카콜라, 제너럴 일렉트릭 등 미국 주요 기업의 대표들이 대거 수행했다
한편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대통령궁의 공식 환영식으로 3박4일 방문 일정을 시작, 하노이 대학에서의 연설과 18일 하노이 인근의 미군 유해 발굴지 방문, 19일 기업인 모임 등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신경립기자
입력시간 2000/11/17 18:50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