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극도의 혼란 속에 빠졌다.당의 실질적 오너인 김종필(金鍾泌)총리가 『합당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신당 창당을 포함한 대규모 정계개편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자민련은 22일 여권 핵심부의 정계개편 지속 추진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민련의 혼란은 당내에 합당 불가피론자와 합당 절대불가파로 양분돼있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박태준(朴泰俊)총재를 비롯한 비충청권 출신 의원들 상당수는 정계개편을 피할수 없는 대세로 인식하면서 앞으로 金총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金총리는 현재 합당에 표면적으로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내면적으로 여러가지 상황을 저울질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고위 당직자도 『16대 총선을 앞두고 정국 구도가 이대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정계개편이 金총리의 부인 기자회견으로 잠복 상태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교류는 계속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실 기류를 수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충청권 의원들의 입장은 완강하다.
이들은 金총리가 합당 거부를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독자적으로 정계개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이들은 『합당을 통한 정계개편을 한다 해도 내년 총선에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간의 맹목적인 결합은 역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내각제 개헌 강경파 의원들은 金총리가 좀더 명확한 입장표명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지금 이런 상태로는 내년 총선에서 지역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정쩡한 입장인 자민련이 또다시 내년 총선전까지 제색깔을 드러내지 못한채 총선에 임했다가는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바로 자민련이 초조해 하는 이유다./박민수 기자 MINS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