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정석기업 합병… 다시 주목받는 지배구조 관련주

한진·한진칼 상승…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주도 올라
이슈 때마다 함께 움직여 올 최고 테마주로 꼽히지만
실체없는 경우도 있어 조심을


최근 SK와 SK C&C의 합병발표에 이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정석기업과 합병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지배구조개편 관련주에 다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유동성 장세 속에서 지배구조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관련주들이 함께 움직이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테마로 꼽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구체적인 실체도 없이 시장에 떠도는 시나리오에 따라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진칼과 정석기업이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이사회를 열어 합병 관련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관련주인 한진은 전일 대비 3.48%(2,100원) 오른 6만2,500원, 한진칼은 0.13%(50원) 상승한 3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그룹은 이날 장 마감 이후 공시를 통해 한진칼이 인적분할되는 정석기업의 투자사업 부문을 흡수분할합병한다고 밝혔다. 합병 이유는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경영합리화를 추진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날 두 회사의 주가가 오른 것은 두 회사 간 합병에 따른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순환출자와 상호출자로 복잡하게 얽혀 있던 구조는 이번 합병으로 통합한진칼(지주회사)-정석기업·대한항공·㈜한진(자회사)-22개 물류계열사(손자회사)로 단순화된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이슈가 떠오르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관련주들도 급등했다. 제일모직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12.93%(2만500원) 오른 17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18만1,500원까치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제일모직은 이날 주가 급등에 힘입어 현대모비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순위 5위에 올라섰다. 삼성SDS도 이날 3.18% 상승한 27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SK·한진 등 지배구조가 개편될 것으로 예상했던 그룹들이 실제로 지배구조개편 액션을 취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주의 주가가 빠르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지배구조 관련주가 관심을 끄는 것은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인수합병(M&A), 비핵심 자회사 매각, 비상장사 상장 등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또 유가증권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률보다 약 2배 정도 높은 지주사의 배당률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실제 신영증권이 지난해 7월 모집한 지배구조개편 관련 사모펀드의 수익률은 현재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유동성 장세 속에서 작은 이슈에도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주가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배구조개편 이슈는 분명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실제 지배구조 개편방향을 정확하게 점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개편 자체가 대주주의 의지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시장이 예상하는 시나리오가 바뀌면 수혜주가 오히려 피해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 역시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임에도 그룹 간 연관성이 없는 이슈에 주가가 반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배구조 이슈 관련 불확실성은 프리미엄의 근거이면서 동시에 리스크 요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