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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평가 과정에서 잠수함 추진장치가 100차례 이상 멈추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군에 정상적으로 납품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엉터리 납품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해군 장교가 오히려 결과보고서를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편의를 봐줬기 때문이다.
3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차세대 잠수함의 시험운전 결과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예비군 해군 대령 임모(57)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씨는 해군 잠수함 인수평가대장으로 근무하던 2007년 2월~2009년 11월 현대중공업이 납품한 잠수함 3대의 연료 전지가 수시로 멈추는 등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시험운전 결과 만족' 등 시험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군은 2000년 기존 잠수함들이 수중에 최대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3~4일에 불과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판단하에 잠항능력을 최대 수십일로 늘린 차세대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과 1,800톤급 잠수함 손원일함·정지함·안중근함을 2007~2009년 납품 받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이들 잠수함은 납품 전 시험운전 과정에서 잠수함 추진장치인 연료전지가 수시로 작동을 멈추는 현상이 나타났다. 연료전지는 잠항 능력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는 핵심 장치다. 손원일함은 16회, 정지함은 40회, 안중근함은 63회나 문제를 일으켰다. 그럼에도 임씨는 현대중공업 측이 "인수기일을 맞출 수 있게 결함 사항을 문제 삼지 말아 달라"고 청탁해오자 이를 눈감아준 것으로 조사됐다. 연료전지가 고장 난 이유를 분석하고 고치기는커녕 '아무 문제 없이 기준을 만족했다'는 취지로 시험평가 결과서를 조작·보고해 정상인 것처럼 둔갑시켰다.
바다 위로 노출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재는 '수중항속거리' 평가도 엉터리였다. 이 평가는 24시간을 연속해서 운전하도록 돼 있음에도 19시간만 진행하거나 50분 단위로 24번 측정하는 '편법'을 사용해 합격 판정을 내렸다. 덕분에 현대중공업은 인수 기일을 대체로 맞춰 잠수함 세 척을 납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차세대 잠수함은 이후에도 102차례나 연료전지에 문제를 일으켜 군사 작전 수행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구형 잠수함처럼 3~4일마다 수면 위로 떠올라야 해 차세대 잠수함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연료전지 결함은 2013년 12월에야 완전히 해결됐다.
현대중공업은 인수 후 연료전지 문제를 고치는 기간 동안 하루에 5억8,435만원, 총 수조원의 지체배상금을 아꼈고 해군은 그 액수만큼 손해를 보게 된 결과를 낳았다. 임씨는 2010년 2월 잠수함 인수를 마무리한 후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취업했다. 검찰은 임씨의 취업이 시험평가 과정에서 편의를 준 데 대한 대가로 판단하고 다른 금전적 뒷거래도 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