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성과주의 시대에 있어서 다면평가제도의 활용방안 모색토 론 자 : 安熙卓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연구위원
李聖基 제일제당 상무
林光東 한국휴렛팩커드 상무
卞然培 두산씨그램 상무
사 회 : 趙潤馨 SMC대표
장 소 : 경총 회의실
일 시 : 1999. 6. 10
최근 인적자원관리의 형태가 연공주의에서 능력·성과주의로 전환되면서 인사·임금제도 개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환에는 무엇보다도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문제가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다. 평가의 신뢰와 공정성이 결여된다면 그누구도 그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다면평가가 주목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기존의 상사가 부하를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피고과자에 대해 여러사람이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업에서는 이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사는 업계의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업계의 주요인사들을 초청, 「다면평가제도」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내용을 요약한다.
사회= 최근 인적자원관리의 패러다임이 학력, 근속, 연령 등 연공주의에서 능력·성과주의로 전환되면서 인사 및 임금제도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여 외국계 초우량기업 및 국내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인사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면평가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단계에서 다면평가를 고찰해보는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고 봅니다. 먼저 다면평가의 도입실태에 대한 논의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성기 상무= 저희 회사는 아직 다면평가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1995년에 도입하려고 하였으나 경영진들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그것보다 시급한 과제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 지금까지 미루고 있습니다. 내년도에 다면평가제를 도입하기 위해 시안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임광동 상무= 저희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리자가 원하는 경우 상사, 동료, 부하에 대한 평가결과가 나오면 개별 대상자들이 어느 부분에 대한 평가가 취약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본인 스스로 어떻게 하도록 하지 상사나 부하에게 피드백시키지는 않습니다. 오직 관리자의 능력을 향상시켜 조직에 큰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하고 그 성과자체는 나중에 연봉제에 반영할 뿐이며 다면평가 결과자체를 연봉제와 직접 연결시킨다는 것 자체는 아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면평가제도는 자기개발을 위해서는 상당히 필요한 제도라고 봅니다.
변연배 상무= 다면평가제도를 임금이나 직급에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기존 평가제도와 대체되는 형태는 아닙니다. 포춘지 1,000개의 회사중 약 90%가 다면평가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또한 대부분 목표관리제도(MBO)를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다면평가제도는 관리자의 리더십개발이나 직원들의 능력개발 목적으로 도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면평가제도가 목표관리의 대체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 틀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 다국적 기업들과 국내기업들은 목표관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고과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표관리를 도입하는데 그것은 나름대로 필요성이 있습니다. 다면평가제도는 보완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李상무= 다면평가는 관리자 양성,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리더십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과거의 경직되고 일방적인 지시태도에서 벗어나 관리자들의 부족한 부분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다면평가의 개념은 과거의 조직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화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安위원= 미국에서 80년대 이후 다면평가의 도입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람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능력주의가 요청되면서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확보를 위한 인사관리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에 대한 실태파악부터 충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회= 다면평가제도가 실제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바람직한 방안이 어떤 것이 있을까요.
林상무= 목표관리와 다면관리는 서로 병존하는 것입니다. 우리회사의 경우 임금과 처우는 목표관리에 의해 다면평가는 능력향상 측면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다면평가를 전종업원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이른감이 있고 관리자에 대한 기능, 즉 전략수립이나 사고력등의 평가를 한다면 비교가 가능할 것입니다.
卞상무= 林상무께서 하신 말씀에 동감합니다. 종업원에 대한 평가결과를 피드백해 주는 것은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개개인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 자기계발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면평가제도 도입의 의의는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조직구조의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통제범위가 10명 내외였으나 최근에는 자동화시스템 도입, 정보기술 혁신 등으로 70명까지 관리할 수 있습니다. 다면평가제도는 바로 이러한 관리방법의 일환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둘째, 조직문화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객만족, 참여적 리더십, 급변하는 문화적 변화에 대한 적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승진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졌고 목표관리제 하에서도 일정부분 보상이 보장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신이 직접 벌어서 소득을 향상시키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다면평가제도는 보상의 공정성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종업원관리의 문제입니다. 목표관리시스템에서도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하고, 상사의 독단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무성적이 불량하다고 해서 해고하지는 않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해고를 위한 자료로써 이용되고 있습니다. 다양성, 남녀문제 나이 문제 등 여러 가지 기준이 마련될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면평가제도를 병행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李상무= 이제도를 둘러싼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면평가를 통해 기존에 갖고 있던 업적이나 능력, 부족한 정보를 보완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일단 종업원의 저항을 고려해 외부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자원들이 전문적인 기법을 가지고 평가를 하는 것은 리더십을 강화해 주는 차원이어야 합니다.
安위원= 기업들마다 유사한 평가항목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지적돼야 합니다. 기업의 전략과 육성방향에 대한 검토없이 손쉽게 도입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林상무= 평가항목만 잔뜩 만들어 놓으면 직원, 관리자 모두 싫어합니다. 또 고객에게 집중하지 못하므로 서비스도 저하됩니다. 다면평가제도를 도입하려먼 기업문화와 비전에 일치하는 지 충분히 검토하고 종업원들과 끊임없이 논의한 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 다면평가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시죠.
林상무= 이제도를 연봉제와 연계시킨다면 개인별 목표관리제가 정착돼야 합니다. 또 개인의 책임감과 자율성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성과평가에 대한 승진과 같은 보상이 기업차원에서 정착돼야 합니다. 종업원과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도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卞상무= 실제적인 평가가 자유롭게 현장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인사부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인들은 남을 평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익명으로 하는데도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평가도 나도 당신에 대해 잘해줄테니 당신도 잘 봐달라라는 식의 상호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다면평가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安위원= 반드시 종업원의 의사가 반영되고 종업원들이 그내용을 충분히 숙지하도록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다면평가가 왜 도입됐고 평가내용은 무엇이고 평가자의 선정방식과 결과는 어떻게 나오는 지 홍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李상무: 기존의 평가시스템에 대해 더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리자들의 역할인식이 크게 바뀌어야 합니다. 관리자들이 눈에 보이는 실적, 매출액, 성과만을 고려하고 조직의 효율성, 종업원의 자기관리에 대해 소홀했던 부분을 시급히 시정돼야 합니다.
安위원= 우리 기업은 대부분 어떤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제도설계를 위한 도입단계에서는 80%이상의 노력을 기울이는 반면 실제 운영단계에서는 그다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계속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면평가제의 경우도 결국은 설계, 도입단계에서 보다도 도입한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조직에서 상사에 대한 요망사항이 있어도 이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품고 나중에 가서 비공식적으로 토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양성화하기 위해 다면평가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관련당사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운영방안은 무엇인지 다면평가제의 도입취지, 목표, 내용 등과 연계시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林상무= 지금 우리가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다른 나라보다 비교우위의 기업을 경영하려면 우선 관리자나 최고경영자가 본인이 직접 개방하는 방법, 즉 친구(FRIEND)의 마인드를 종업원에게 가져야 할 것입니다. 국내기업은 관리자가 잠깐 보자고 하면 긴장부터 합니다. 이런 상사에 대해 평가할 때 좋은 쪽으로 평가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평가해 버리는 경향이 강합니다. 외국기업들은 관리자가 부하의 자리로 직접 가서 지금 업무 어떻게 하고 있고, 표정이 밝지 않은데 지금 업무가 안풀리는가, 가정적으로 문제가 있는가, 도와줄 것은 없는가를 물어봅니다. 최고경영자가 자리에 앉아있지 않고 스스로 벽을 허물고 돌아다니면서 친근감있게 하고 어려움을 그자리에서 처리해 주면 조직전체가 가족적인 분위기가 될 것입니다.
卞상무= 다면펑가를 연봉제를 위한 통제수단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종업원과 회사가 똑같이 하나의 합리적인 수단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중 하나가 경영자가 잘못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재평가하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외부전문인력을 활용하면 충분히 해결가능하다고 봅니다.
李상무=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업원을 찾아가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상사가 부하에게 진심을 알아주게 한 후 마음을 편하게 대했을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ㅈ자기가 노력한 만큼 실제로 일터에 변화하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가는 변화를 실천해야 합니다. 다면평가제는 이런 관점에서 지각해야 합니다.
林상무= 단시일내 효과를 보려고 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교육과 훈련을 반복하고 몇년간 단계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사부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하는 것보다 종업원 본인이 필요한 경우 본인의 능력이 향상될 때 할 수 있는 체제로 가야 합니다. 연봉제와 연결하지 말고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회= 오랜 시간동안 전문가들을 모시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 실무자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이러한 토론이 계기가 되어 기업과 더 나아가서는 정부에까지 모든 조직에 새로운 활력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정리= 송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