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지 2주째를 맞아 집권 2기 경제운용 기조가 대략적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일단 원칙에 따라 안정된 개혁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기업규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철폐하는 쪽으로 집권 2기 경제정책을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투명한 시장과 기업만이 민생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일각에서 경제의 어려움을 왜곡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시각은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직무복귀 이후 대기업 총수들과의 대화 등에서 밝힌 경제관을 중심으로 주요 경제방향을 정리해본다.
현재의 경제난과 관련 노 대통령은 “어렵지만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리하게 인위적인 단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임기 중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5년, 10년 멀리 내다보고 경제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노 대통령은 언론과 재계 등 일각에서 경제난을 지나치게 부풀려 개혁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도 새삼 확인됐다.
또 기업들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버팀목이라는 데 노 대통령은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민생안정과 직결된 실업난 및 신용불량자 해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당면 경제현안을 풀기 위해서는 기업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대기업 정책에서 정경유착은 반드시 근절하되 규제를 원칙에 따라 풀건 과감하게 풀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성장을 견인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파트너로 삼고 일시적으로 유동성 애로를 겪거나 외부적 충격 등으로 어려움에 닥친 경우 적극적으로 금융 등의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한 퇴출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기업의 협조를 통한 성장과 함께 개혁의 고삐도 늦추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시장 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출자총액제한제 등은 재계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시장개혁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재계를 자극할 수 있는 소모적인 성장-분배 또는 성장-개혁 우선론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은 삼갈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관계에서 노-노간의 관계가 한층 중시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이 “교섭력과 투쟁력이 강한 일부 노조의 파업이 전체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점은 노사정책의 방향을 예고하고 있다.
이밖에 재계와 노동자 중 어느 한쪽을 손들어주기 힘든 만큼 철저하게 중재자의 입장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