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녀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취하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채 전 총장은 퇴임식 직후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배호근 부장판사)에 소송 취하서를 제출했다.
채 전 총장이 소송을 취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혼외관계 의혹을 받고 있는 임모 여인이 유전자 검사에 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소송은 의혹만을 증폭시킬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가족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채 전 총장은 "의혹의 진위 여부가 종국적으로 규명되기 위해서는 유전자 검사가 필수적"이라며 "유전자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개법정에서 끊임없는 진실공방과 근거 없는 의혹만 확산될 것"이라고 소 취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의혹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를 쥐고 있는 임 여인은 현재 잠적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여인이 자진해서 유전자 검사에 응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채 전 총장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 임씨를 기다리기보다 소송을 취하하고 임씨에게 유전자 검사를 설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문제는 어차피 한 시민단체가 채 전 총장과 검찰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임씨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이기 때문에 채 전 총장이 굳이 직접적인 당사자가 돼 소송에 나서지 않더라도 검찰수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소송 과정에서 가족들이 또 다른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도 고려했다.
채 전 총장은 "그동안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과 피해를 겪어 이미 파김치가 된 가족들에게 진실규명이 담보되지 않을 수도 있는 소송 과정에서 또다시 장기간 이를 감내하게 할 수는 없다"며 "사인(私人)이 된 제 입장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한 가장으로서 장기간 소송 과정에서 초래될 고통과 피해로부터 가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 전 총장은 소 취하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열린 퇴임식에서도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퇴임식에는 채 전 총장의 부인과 딸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채 전 총장은 소송을 취하하지만 유전자 검사 후 결과에 따라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방침도 밝혔다.
채 전 총장은 "유전자 검사를 신속히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별도의 보다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해 진실과 책임을 규명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 의사를 밝혔다.
이와 함께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 제기 보도 이후 이어진 법무부의 진상규명 착수와 결과 발표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채 전 총장은 "법무부가 의혹의 진위 여부를 제대로 규명하지도 못한 채 유감스럽게 일방적으로 의혹 부풀리기 성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했다"며 "이 때문에 고통은 가중됐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