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주최 ‘START UP NATIONS SUMMIT 2014’ 월드 스타트업 컴피티션 결승전 현장. 전 세계 45개국을 대표해 온 청년 중 9:1의 경쟁률을 통과한 5명의 청년들이 결승무대에 올랐다. 결승전 티켓의 행운을 쥐어진 국가는 필리핀, 페루, 크로아티아, 벨기에, 아일랜드.
발표 무대에 오른 이들의 의상은 청년 CEO 답게 정장부터 편안한 캐주얼 차림까지 제각각이었지만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와 제품을 설명하는 눈빛만큼은 열의로 가득 찼다. 특히 결승전인 만큼 수익 창출 방안, 물류 전략 및 향후 해외시장 진출 계획 등 심사위원과 청중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수차례 이어졌지만 당황하지 않고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설명하는 태도만큼은 어느 글로벌 CEO 못지 않았다.
크로아티아 Agrivi 팀은 클라우드 기반의 지능형 농장 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농장주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 서비스는 농업인들이 매일 업데이트한 농장 관련 기록을 분석해 맞춤형 농업 기술, 기상 정보, 해충 경보, 재고 관리 및 재무분석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이외에도 디지털 악보 제공 서비스 앱, 소금과 물로만 사용 가능한 친환경 램프, 단 한 번의 테스트로 네 가지 성병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진단하는 의료기기 등이 결승전에 올라 소개됐다.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는 이틀간 펼쳐진 월드 스타트업 경연대회 외에도 다채로운 컨퍼런스로 채워졌다. 컨퍼런스에 참여한 국내외 저명 벤처 관계자들은 해외 트렌드 소개는 물론 국내 벤처 생태계를 위한 다양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1,250만달러에 투자했던 오큘러스VR이 올해 초 페이스북에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인수되는 투자대박을 터뜨리며 화제가 됐던 포메이션8의 구본웅 파트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구자홍 LS 미래원 회장의 장남으로도 잘 알려진 구본웅 파트너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벤처 투자 문화의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창업자들은 허심탄회하게 사업 아이템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투자자를 만나길 원하지만 국내 벤처 투자자들은 창업자들에게 수익 증명을 요구하기에 급급하다”며 “벤처 투자자와 창업자가 공동체라는 인식 아래 회사를 어떻게 하면 살리고 또 키울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는 문화가 시급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오히려 투자자들이 유망한 창업자를 발굴한 뒤 투자를 허락받기 위해 매력적인 투자자로 보이도록 노력하는 게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스타트업 경연 결승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세계 최대 특허전문기업인 인텔렉추얼벤처스의 에드워드 정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창업 초기부터 국제적 시야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둔 몇몇 벤처회사가 정작 국제 특허에 대한 준비 부족으로 중국 등의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했다”며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창업가라면 창업 초기부터 해외 특허 출연은 물론 현지 언어와 법률, 소송에 대한 방어책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