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공공기관 부지 매각 해법은] 한전부지 빼곤 민간 매입 20% 불과… 나머지는 공공기관이 다시 떠안아

■ 매각 실태
서초동 한국교육개발원, 개발제한 묶여 입찰 난항… 7차례 유찰 끝 이전 연기
부채 허덕 LH·캠코 등 혁신도시법상 '매입기관'
자체 사옥부지 못 팔면서 등떠밀려 다른 땅 사들여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혁신도시로 이전할 계획이었던 한국교육개발원. 이전을 앞둔 지난 2011년 매각에 나서 입찰 두번 만에 용케 주인을 찾았지만 결국 계약자가 중도금을 내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후 유찰된 횟수만 7차례다. 서울 서초동 우면산자락에 있는데다 인근에 삼성그룹이 1조원을 쏟아부어 조성하는 R&D센터가 있을 만큼 입지가 좋지만 부지의 상당 부분이 개발제한구역인 탓에 입찰에 나서는 이조차 없다. 매각 시한은 두 달밖에 안 남았지만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놓고 국토부와 서울시 간 이견이 커 이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사옥을 팔아야 이전하는 곳에 신청사를 지을 수 있는 형편이라 결국 국토부가 이전 시기를 늦추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10조원이 넘는 가격에 팔려나가면서 다시 한번 공공기관 이전부지 매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한전 부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이전부지가 매각에 애를 먹고 있다. 이미 팔려나간 부지도 한전을 제외하면 민간이 사간 땅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한쪽에서 부채 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공공기관이 시장에서 외면 받는 땅을 떠밀려 사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121개 공공기관의 이전부지 중 이날 기준으로 팔린 땅의 매각금액은 모두 15조8,384억원이다. 이 중 현대자동차그룹이 사간 한전 부지(10조5,500억원)를 제외한 금액은 5조2,884억원이다.

문제는 민간에 팔린 금액은 1조2,686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반면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사들인 땅은 전체의 80%인 4조198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국토교통부 등이 두 차례의 대대적인 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왔지만 성적표는 20점에 불과한 셈이다.

더욱이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농어촌공사·캠코 등이 혁신도시특별법에 의거해 '매입기관' 자격으로 사들인 땅은 모두 3조162억원이다. 부채만 141조원에 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국립경찰대학과 법무연수원·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의 땅을 사느라 5,374억원의 돈을 짜내야 했다. 등 떠밀려 사옥을 사들인 LH는 정작 연말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함에도 분당 정자와 오리에 위치한 사옥 부지 두 곳을 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전남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한 농어촌공사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의 이전부지를 사느라 1조5,472억원을 내야 했다.

업계에서는 남아 있는 44개(3조3,507억원)의 이전부지도 팔기가 쉽지 않아 다시 공공기관이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부지의 경우 개발이 제한적이거나 도심 외곽에 위치해 쓸모가 없는 땅이 대부분"이라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결국 공공이 다시 사가는 방식이 아니고서야 딱히 답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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