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부실한 관리체계 때문에 병의원들의 과잉진료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4대 손보사가 병의원에 지급한 실손의료 보험금이 2011년 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8,000억원(추정) 규모로 2배 이상 늘어났을 정도다. 지난해 보험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보다 30% 이상 많다 보니 보험료와 진료비 본인부담률 인상(10→20%)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병의원은 진료에 앞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검사진료비가 비싼 항목이 있어도 실손보험으로 나중에 되돌려받으니 걱정 말고 진료를 받으라고 부추길 정도다. 병원들은 보험의 보장내용까지 훤히 들여다보며 치료를 권하고 환자들은 본인이 10% 이하만 부담하면 되니 굳이 거절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적잖다. 이런 식의 의료상업주의와 도덕적 해이는 과잉진료와 의료 과소비만 부추길 뿐이다.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병의원들의 과잉진료를 억제할 수 있는 진료비 심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금융위원회가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상향 조정하고 보험료를 평균 8.8% 이상 인상하는 손보사에 대해 사업비 비중을 낮추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임시처방에 그칠 뿐이다. 금융당국과 손보사들은 병의원들이 손보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 제출하는 영수증 등으로 과잉진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업무를 위탁해서라도 하루빨리 심사체계를 갖춰야 한다. 심평원조차 아직 초보 단계여서 당장에 효과를 낼 수는 없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금융위는 보건복지부와 긴밀히 협의해 심평원이 비급여 항목도 심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