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장 ■ 우 한 엮음, 살림출판사 펴냄 세계 경제 위기의 한파가 닥친 요즘 기업들에 필요한 건 단연 리더십이다. 창의적인 사고와 한 발 앞선 결정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할 수도 있다. 허나 막상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책임자의 입장에선 결정 하나하나가 망설여지고 고민되기 마련.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건 역시 시대를 앞서 살았던 옛 사람들의 지혜와 판단이다. 책은 중국 역사에 길이 빛나는 명장(名將) 15인의 위기 경영 비법을 다뤘다. 한우를 도와 한나라의 중국 통일을 도운 책략가 한신,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 서역을 한나라의 지배권 아래 놓이게 한 백발노장 반초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각각 짧은 소설 형태로 재구성했다. 애초 중국의 역사지식총서인 ‘중국역사소총서(中國歷史小叢書)’ 가운데 한 권이었던 책은 한국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이 다소 바뀐 게 특징이다. 첫 장에는 요즘도 널리 인용되는 어구 ‘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를 남긴 손무가 소개됐다. 그는 고작 3만 명의 오나라 병력으로 20만 명 대군의 초나라를 격퇴한 걸로 유명하다. 자신의 조직을 파악하고 장악하려는 손무의 성격은 짧은 예화에서 잘 드러난다. 손무가 야인시절 오왕은 거침없는 제안을 한다. 병서의 내용은 신선한데 실행가능성이 의심스러우니 궁녀를 대상으로 이를 입증하라는 내용이었다. 손무는 180명의 궁녀를 뽑아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궁녀들은 마치 놀이처럼 가볍게 연습에 참여하더니 급기여 오왕의 앞에서 웃으며 우왕좌왕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손무는 그 가운데 반장격인 궁녀 두 명의 목을 베라고 호령했다. 오왕이 나서서 자신이 아끼는 궁녀들이니 령(領)을 거두라고 했지만 그는 단호했다. 사형이 집행된 뒤 궁녀들은 완전히 달라졌다. 훈련장에서 정신을 집중하는 건 물론이요 질서와 군율을 엄격하게 지켰다. ‘난세엔 매뉴얼이 없다’는 주제로 소개된 한나라 시대 장수 이광의 일화도 눈길을 끈다. 흉노의 끊임 없는 도발과 침략에 시달리던 한나라에 이광은 ‘가뭄에 단 비’ 같은 존재였다. 그는 종잡을 수 없는 게릴라 전법으로 흉노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불과 100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흉노의 수천 명 기병을 마주쳤지만 그는 냉정했다. 그가 천천히 흉노 기병쪽으로 군사를 몰고 가자 놀란 건 흉노. 적의 유인술이라고 판단한 흉노 병사들은 그 길로 냅다 도망쳐 버렸다. 그는 기발한 재치로 자신과 부하들의 목숨을 구제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전면전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그 밖에 자신을 모함한 부하를 용서하며 부대 내 신뢰의 중요성을 설파한 한나라 시대 장수 반초, 한때 서로 질투하다가 속마음을 털어 놓으며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 춘추전국시대의 장수 염파와 인상여 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조직 관리 요령은 물론 처세술과 인생 설계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한문체의 억지 번역을 피하고 이야기 재구성이 잘 돼 있어 청소년들의 교양서로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