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8년 5월23일, 스페인령 네덜란드 북부 헤일리헤를레이. 스페인 총독 알바 공작의 철권 통치에 반대해온 네덜란드 반란군 4,100명이 3,220명의 스페인 군대를 덮쳤다. 결과는 반군의 압승. 스페인군의 3분의2가 죽거나 다친 반면 반군 사상자는 80여명에 그쳤다. 기세가 오른 반군은 독립을 선언하며 세를 불려나갔다. 한달 보름 뒤 스페인군과의 전투에서 7,000여명이 전사하는 참패를 겪으며 세력이 약해졌어도 네덜란드는 80년을 싸운 끝에 독립을 따냈다. 네덜란드 국가에도 나오는 헤일리헤를레이 전투는 80년 독립전쟁의 시발점이었다. 네덜란드는 왜 세계 최강인 스페인에 반기를 들었을까. 종교갈등과 중과세 탓이다. 수차례의 정략결혼 끝에 네덜란드 지역을 차지하게 된 합스부르크 가문의 신교도 억압으로 불만이 높아진 가운데 신임 총독 알바가 세금을 늘리자 분노가 터졌다. 당초 세율 100분의1로 시작한 알바 공의 세금이 20분의1을 거쳐 10분의1로 높아진 1571년 이후에는 네덜란드 전역이 독립군 세력에 들어왔으나 저항과정에서 나라가 갈라졌다. 스페인군에 끝까지 저항한 북부는 신교국가 네덜란드로 독립하고 도중에 항복한 남부는 구교국가 벨기에로 분리된 것이다. 독립전쟁으로 네덜란드 경제는 피폐해졌을까. 정반대다. 스페인과 싸우면서도 네덜란드는 황금기를 구가하며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로 자리잡았다. 비결은 관용과 탈(脫)이데올로기.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었다. 기피민족이던 유대인조차 자유를 보장 받았다. 반면 스페인은 신대륙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막대한 금과 은에도 수차례 국가부도를 겪고 결국은 역사의 중심무대에서 사라졌다. 종교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전쟁을 일삼은 결과다. 경직된 사고가 나라를 좀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