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탈 현실화" 부작용 우려도

취약한 내수기반 더욱 위축시킬수도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어 이해찬 총리까지 추가 외환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 이 총리는 31일 고려대 경영대학원 강연에서 “연말 외환보유고가 2,200억~2,3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해외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적정 외환보유고를 1,500억~1,700억달러 내외로 보는데 좀 많은 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외환거래의 빗장을 추가로 푸는 데는 이 같은 현실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고 오히려 화(禍)를 키울 수도 있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게 해외로의 자금이탈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거래 자유화 1단계가 시작된 지난 99년 개인의 해외자본 유출규모는 77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는 206억달러로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여행 등 고급소비는 가뜩이나 취약한 내수기반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선진국보다 뒤진 교육ㆍ의료산업 등 제반여건을 살펴볼 때 해외로의 대규모 자금이탈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금이탈은 결과적으로 대규모의 자본수지 적자로 이어지게 돼 경상수지 흑자기조도 흔들릴 수 있다. 자유화의 틈새를 비집고 사업용을 핑계로 편법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ㆍ베트남 등에까지 부동산 투자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초적으로 들어가면 외환보유고의 적정성 문제까지 따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2,000억달러를 넘고 연말에 가면 과다 보유액이 최소 200억달러를 넘는다지만 이는 낙관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언제든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체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자본 자유화는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97년 환란의 악몽은 우리에게 여전히 잔영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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