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이전공장 증설 가능할까

"환경 정책과 엇박자" 정부 사실상 불허방침
자연보전권역에 신·증설 허용 사례 없어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사실상 불허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에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공장이 새로 들어설 지역이 자연보전권역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자연보전권역에서는 이제까지 단 한 차례도 대기업의 공장 신ㆍ증설이 허용된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연보전권역이 걸림돌 되나=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수도권은 성장관리권역ㆍ과밀억제권역ㆍ자연보존권역으로 구분된다. 세 권역 중 대기업의 공장 신ㆍ증설이 허용되는 유일한 곳은 산집법(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상 성장관리지역이다. LG필립스LCD가 파주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도 성장관리권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비해 자연보존지역은 현행법상 공장 신ㆍ증설이 매우 엄격히 제한돼 현지 근린공장이나 첨단공장에 한해 1,000㎡(약 300평) 내에서만 허용되고 있다. 당연히 대기업의 공장 신ㆍ증설이 이제까지 자연보전권역에서 이뤄진 사례는 찾기 힘들다. 정부 일각에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의 뉴딜 추진 과정에서 하이닉스 증설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입장을 번복한 것에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6일 “하이닉스의 청주공장 증설이 대안으로 나오는 것은 지방균형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환경 및 공장입지 정책의 중요한 근간을 훼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도 “성장관리권역에 대한 투자계획은 빠른 시간 내 처리하겠지만 하이닉스는 자연보전권역에 대한 투자여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ㆍ수도권 정책 등과 엇박자로 사실상 불가=정부는 일단 오는 2010년까지 13조5,000억원을 투자해 6,000명의 고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 하이닉스의 상세투자 계획이 제출되면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이닉스는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환경운동연합 측은 벌써부터 “상수원보호구역이자 자연환경보전권역에 대규모 공장 설립을 허용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약속한 지속 가능 발전정책을 허무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정치ㆍ사회적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사정 탓인지 하이닉스 증설 문제에 대해 재정경제부ㆍ건설교통부는 물론 가장 친기업적 성향을 보이는 산업자원부조차 부담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자연보전권역에 대기업 공장 설립을 허용하면 특혜설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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