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은 뇌기능 장애 증세"

강북삼성병원 '도박클리닉' 밝혀
충동조절 못해 발병… 정신질환의 일종
"항우울제·집단치료등 체계적 요법 필요"

도박중독은 각종 후유증을 불러오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므로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대학다닐 때 카드게임의 고수 소리를 듣던 박정식(가명ㆍ32)씨는 친구들과 처음 간 경마장에서 50만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출입이 늘면서 1,0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도움을 받아 빚을 갚고 군대에 갔다. 그러나 박씨는 복학 후 고시촌에서 생활하던 중 6개월전 '바다이야기' 게임에 빠져 1,000만원의 빚을 또 지게 됐다. 박씨는 도박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끼고 병원치료를 받은 후 현재는 야간에 독서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다. 온 나라가 사행성 오락게임 '바다이야기'로 시끄럽다. 재밌게 즐겨야 할 '오락실'이 '도박장'이 되어버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도박중독은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야기하므로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도박중독은 뇌기능 장애 도박중독은 의학용어로는 병적도박이라고 하며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이다. 너무 욕구가 강해서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절제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알코올이나 약물중독, 요즘 문제가 되는 사이버 중독, 쇼핑중독 등과 같은 일종의 중독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똑같이 도박을 하는데 왜 누구는 중독이 되고 누구는 그렇지 않은 것일까?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도박중독클리닉 교수는 "도박중독은 일종의 뇌기능 장애"라며 "뇌에는 충동을 조절하는 회로가 있는데 이 회로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술을 접하면 알코올 중독자가, 도박을 시작하면 도박중독자가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도박에 중독되면 내성이 생겨 같은 흥분을 얻기 위해 도박을 하는 시간과 돈을 점점 더 늘리게 된다. 가정과 직장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일시적으로 자제할 수도 있지만 금단증상(불안, 초초, 집중력 결핍)으로 인해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된다. ◇ 집단 치료모임 등 적극 활용해야 도박 중독자들은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도 해를 끼친다. 그들의 뒤에는 늘 마음씨 좋은(?) 부모와 배우자가 있으며, 엄청난 빚은 결국 그들의 몫이 된다. 폭음과 폭력, 절도와 강도 등 2차적인 강력 범죄도 유발할 수 있다. 도박중독 역시 다른 신체 질환과 마찬가지로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신 교수는 "일부 항우울제와 알코올 중독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이 도박에 대한 욕구를 현저히 줄여주며 중독자들의 잘못된 믿음과 행동을 교정해 주는 인지행동치료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집단치료를 실시할 경우 치료효과는 더욱 높아지는데 강북삼성병원 도박중독클리닉은 현재 주 1회씩 8주간의 집단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도박중독치료자들의 모임인 '단도박(www.dandobak.co.kr)'등 단체를 이용하는 것도 재발을 막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대부분의 중독자들이 치료 동기가 부족해 치료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가족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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