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식에 관심이 많아 올들어 그릭 요거트를 먹기 시작한 직장인 김모(32)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구입하는 그릭 요거트 제품의 성분 관련 게시글을 보고 혼란에 빠졌다. 다른 유제품에 비해 단백질 등 몸에 좋은 성분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듣고 꾸준히 섭취해 왔는데 커뮤니티 게시글에 첨부된 사진 속 제품 뒷면의 성분 정보에는 '카제인나트륨'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 김씨는 "카제인나트륨은 한동안 논란이 됐던 커피믹스 속 식품 첨가물이 아니냐"며 "원유와 유산균으로만 만들어진 건강 간식인 줄 알았는데 화학합성성분이 들어있다는 걸 알고 나니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씨를 당혹스럽게 만든 상품은 바로 풀무원다논의 '다논 그릭 플레인(사진)'. 성분분석표에 따르면 다논 그릭 플레인에는 카제인나트륨 뿐만 아니라 변성전분, 합성착향료까지 들어 있다.
경쟁업체인 일동후디스 제품이 원유, 유산균, 정백당으로, 빙그레 제품이 원유와 유산균주로만 제조된 점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심지어 다논 그릭 플레인은 제품 상단에 '그릭 스타일 요거트'라고 표기해 혹시 모를 논란을 피해보려는 '꼼수'까지 부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제인나트륨이 유해한 성분은 아니지만 제품에 인위적으로 카제인나트륨을 첨가해 단백질 성분을 높인 제품을 그릭 요거트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스타일이라는 말을 끼워 넣은 점도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단백질 함량이 높은 그릭 요거트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우유농축 단백분말을 첨가했다고는 하지만 제품 성분 자체만 놓고 보면 일반 호상 요구르트와 다를 것이 없다"면서 "우리나라 입맛에 맞게 변형했다 하더라도 우유와 유산균만으로 제조해야 하는 그릭 요거트의 본질에서 벗어난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그릭 요거트는 미국의 권위 있는 건강 전문지인 '헬스'가 선정한 세계 5대 슈퍼푸드 중 하나다. 원유를 저온으로 가열해 수분을 증발시킨 뒤 자연 발효하거나 발효한 원유를 거름망 등을 이용해 유청을 인위적으로 제거, 단백질 고형분만 남기는 그리스 정통 방식으로 제조된다. 국내에서 건강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가운데 2012년 일동후디스가 가장 먼저 그릭 요거트 제품을 출시했고, 빙그레, 파스퇴르, 남양 등도 잇따라 내놓았다. 덕분에 그릭 요거트는 3년 만에 500억원대 규모로 훌쩍 컸다.
소비자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분 논란에 대해 풀무원 측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입장이다. 정통 그릭 요거트와 제조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단백질 함량이 높은 그릭 요거트의 특징은 갖췄다는 것. 풀무원 관계자는 "그릭 요거트라는 고유명사를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브랜드마다 제조 방식, 함량 등 그릭 요거트의 다른 성향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다논은 단백질 함량을 강조하기 때문에 정통 그릭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