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대우의 자동차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이의 타결을 위한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한동안 양 그룹의 움직임을 관망해온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다음주중 양 그룹 총수와 회동,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방침이다. 중재결과가 신통치않으면 귀책사유가 있는 그룹에 대해 여신제재 등 책임을 묻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다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빅딜마무리가 너무 늦어지고있다=지난 3월22일 양 그룹 총수가 자동차빅딜 기본합의서에 서명하고 자율적인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공언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지금 상태로는 언제 최종합의가 이루어질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금감위 관계자는 『2개월을 허송하는 바람에 부산경제에 타격을 주고 협력업체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등 국민경제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우전자 처리문제까지 표류, 전체적인 빅딜일정에 차질을 빚고있다』고 비판했다.
◇삼성의 처지가 다급해졌다=李위원장의 중재마저 수포로 돌아가고 채권단이 빅딜지연에 따른 책임을 물을 경우 화살은 삼성으로 갈게 분명하다.
대우 관계자는 3일 『삼성과 할 얘기는 다 했다』며 『공은 이제 삼성과 채권금융단,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인수가격 등 당초 예상됐던 쟁점에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삼성차 부채처리와 협력업체 지원이다. 이건희(李健熙)회장의 개인재산을 출연하라는 정부측 압박은 『잘못된 투자에 따른 책임을 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李회장이 사재(私財)를 내놓는 성의를 보여야 채권금융기관도 출자전환이나 만기연장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는게 정부측 생각이다. 정부 관계자는 『삼성이 투자과오로 인한 부실해결이나 협력업체 피해 보전에 대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생각이 복잡하다. 현재 정황으로 볼 때 사재출연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삼성은 지금도 금융당국과 막후조율을 하고 있다. 그러나 출연규모에 대해 차이가 크다는게 주변의 관측이다. 또 어쩔 수 없이 李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더라도 「잘못된 투자에 대한 책임」때문은 아니라는 명분을 얻고 싶어한다. 양측의 모양새를 모두 살릴 수 있는 타결점을 찾기가 쉽지않은 실정이다.
◇대우전자 처리는 곧 가닥을 잡는다=자동차 빅딜이 어떤 식으로 결론나든 대우전자는 머지않아 공식적으로 빅딜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대우 관계자는 『대우전자를 빅딜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에 대비, 외국업체들과 협상을 진행중』이라며 『다만 빅딜대상 제외가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아 외국업체들과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손동영 기자 SON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