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장개업' 배꼽잡는 좌충우돌 컬트 코미디

사람고기가 맛있다? 기발한 이야기는 아니다. 「수호지」를 보면 인육으로 맛있는(?) 고기만두를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육은 분명 터부이다. 철저하게 금기시되어 온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커지다가 급기야는 인육을 신화화하는 괴이쩍은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김성홍 감독의 「신장개업」은 요상스런 중국집을 등장시킨다. 이른바 「절세 자장면」이 그것이다. 맛이 너무 기가 막힐뿐만 아니라 정력 또한 좋아진다고 하니 「비아그라 자장면」이 나타난 꼴이다. 「신장개업」은 인육을 소재로 삼는 끔찍한 일을 벌여놓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코미디의 규칙에 충실하다. 주연과 조연들은 관객들의 배꼽을 떼어내고 야 말겠다는듯이 말 그대로 좌충우돌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험한 줄타기를 계속한다. 인육을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사람들을 웃길것인가 하는 그들의 모험이 그렇다는 얘기이다. 시골의 한 소읍. 그곳에 두 가지는 없다. 하나의 약국, 하나의 단란주점, 하나의 슈퍼마켓. 그런데 독점체제를 유지하던 「중화루」 앞에 「아방궁」이 등장했다. 일이 터져도 크게 터졌다. 불과 며칠만에 아방궁에는 사람들이 들끓고, 그곳이 시끄러워 떠난 파리들은 모두 중화루에 몰려드니…. 중화루의 왕사장 일족은 굶어죽게 생겼다. 허영덩어리 왕부인, 주방장, 철가방 모두 울상이다. 아방궁의 자장면 맛이 궁금한 왕사장은 어느날 그곳에 들러 한 그릇을 비우는데, 어쩌자고 손가락 하나가 나왔다. 왕사장이 아방궁 자장면의 비결은 인육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하면서 일은 점차 커져간다. 주방장과 철가방을 대동한 왕사장은 아방궁의 담을 넘어가기도 하고, 그들을 미행하기도 하면서 애달캐달 범죄현장을 파헤치려고 법석을 떠는데, 때마침 야산에서 토막난 시체가 발견돼 시골마을이 온통 난리다. 그러나 왕사장의 주장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왕사장은 드디어 자신이 직접 사람을 잡아 자장면을 만들기로 작심하는데…. 「신장개업」은 기본적으로 웃기는 영화이다. 약간은 섬뜩하기도 하다. 「투캅스2」와 「손톱」등을 만들었던 김성홍 감독은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를 완성했다. 왕사장 역을 맡은 김승우의 연기가 괜 고, 주방장의 박상면이나 철가방의 이범수 역시 호연을 펼쳤다. 등장인물 모두 자칫 오버액션으로 갈만한 캐릭터였으나 각기 많은 역을 제대로 소화해낸 것 같다. 컬트 코미디라는 위험한 줄타기에서 「신장개업」은 상당한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 /이용웅 기자 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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