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 역기능도 많다

은행권이 대출금리 인하 노력의 일환으로 금리체계 개편에 착수함에 따라 결과가 주목된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중심으로 한 현행 조달금리와 가산금리 체계를 개선함으로써 내년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이 이 같은 금리체계 개편에 나선 것은 사상최대 순익을 내고서도 서민지원 등 공생발전을 등한히한다는 비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정이 어떻든 금리체계를 바꿈으로써 은행의 수익성 등을 해치지 않으면서 대출금리를 낮출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CD금리를 위주로 한 가계대출 금리 결정방식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은행권의 금리체계 개편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더구나 CD는 과거 은행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폭 줄어 지금은 3.1%에 불과할 정도로 비중이 낮아졌다. CD 거래 자체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가계대출 상품 가운데 56%가 CD연동형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은행의 대출금리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준금리뿐 아니라 가산금리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 가산금리의 경우 6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조치에 부응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넘어서고 한해 이자부담만도 56조원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가계대출 금리가 얼마라도 낮아질 경우 가계의 원리금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가계의 부담 경감은 물론 부실화 위험을 낮춰주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무리하게 대출금리를 낮출 경우 자칫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금리가 떨어지면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빨라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경제성장률 범위 내에서 억제한다지만 금리가 낮은 은행권에 대출수요가 몰리게 될 것이다. 또 금리가 떨어지면 당장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금융 및 재정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건전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대출금리 인하가 몰고 올 여러 측면의 영향과 파장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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