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가계빚 29조 순상환… 사상 첫 감소 -기업의 차입수요가 둔화돼 자금조달 규모가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또 개인들도 외환위기로 소득이 줄고 금리가 치솟자 씀씀이를 대폭 줄이고 차입금 29조원을 순상환, 가계빚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98년 중 자금순환 동향」(잠정)에 따르면 기업부문의 자금조달이 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차입수요 둔화와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따른 신용경색 등으로 28조4,000억원에 그쳐 전년(118조원)의 4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88년(21조4,000억원)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다.
기업들은 간접금융에서는 금융기관 차입금을 갚는 등 15조원을 순상환한 반면 직접금융에서는 회사채와 주식발행 등으로 49조7,000억원을 조달, 자금조달 수단을 금융기관 차입에서 유가증권 발행으로 돌렸다.
또 기업들의 수지가 악화됨으로써 1조9,000억원의 금융자산을 순처분, 자금조달에서 자금운용을 뺀 기업부문의 자금부족 규모가 30조3,000억원으로 전년(63조6,000억원)의 절반으로 축소됐다.
지난해말 현재 기업의 총부채는 778조원으로 1년 전보다 10조원 줄었으며 이중 금융기관 차입금은 313조원(24조원 감소), 채권발행은 242조원(35조원 증가)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가계소비 위축에 따른 소비수요 감소와 금융기관의 대출기피로 지난해 29조원의 차입금을 순상환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전체 빚이 전년말 300조원에서 지난해말에는 271조원으로 29조원 감소, 지난 65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다만 개인들은 소득감소와 차입금 상환에 따라 저축여력이 약화돼 금융권에서의 자금운용이 전년의 86조3,000억원에서 56조1,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밖에 정부부문은 경기침체가 지속됨으로써 세수부진과 실업자 지원 등을 위해 지출이 증가, 자금잉여규모가 7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조원이나 감소했다. 또 지난해에는 금융부문의 자금중개 기능이 크게 위축된 반면 금융기관간 자금거래는 급증해 돈이 금융권에서만 맴도는 신용경색 현상이 초래됐다.
금융기관간 유가증권 거래가 전년의 24조8,000억원에서 116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며 은행이 예치금을 투신사의 수익증권에 맡기는 등 시중의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고 금융권에서만 맴돌았다.
한편 기업·개인·정부가 지난해말 현재 안고 있는 총부채는 1,116조원으로 전년(1,130조원)보다 14조원 줄었으며 이는 명목GNI(국민총소득)의 2.5배 수준이다.
【권홍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