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마켓] 올 엘니뇨 발생 가능성 높다는데…

음식료·비철금속·화학주 공략해볼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 예상 종목
원재료값 오르면 제품가격 올라 실적개선


전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확산되면서 올여름 엘니뇨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팜유·천연고무·면화 등 농산물과 아연 등 비철금속 생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시장전문가들은 올여름을 대비해 음식료 업종, 비철금속 관련 업종, 화학 업종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기후예측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8월 이후 엘니뇨가 출현할 가능성이 66%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3월 예측치 52%에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10년 주기로 발생했던 '슈퍼 엘니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역의 월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현상이 5개월 연속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 동남아시아에는 가뭄이 들고 페루를 비롯한 남미 서부지역에는 폭우가 내리는 이상기후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가 주산지인 팜유와 천연고무는 물론 인도와 호주에서 주로 생산하는 면화, 칠레의 아연, 브라질의 커피와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2009년과 2010년 엘니뇨 현상이 나타난 후 1년여 동안 면화 가격은 생산물량 감소로 150% 급등했고 원당과 커피 가격도 50% 이상 뛰었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팜유와 천연고무·커피 가격이 생산 감소의 여파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그 다음으로 인도가 주 생산지인 면화와 브라질에서 생산하는 커피와 원당, 페루의 아연 생산량 감소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농산물이나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일단 음식료주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 당장은 원가에 대한 부담이 발생하지만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어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병준 피닉스자산운용 주식운용역은 "원재료 가격이 50원이고 제품 가격이 100원이라고 가정할 때 원재료 가격과 제품 가격이 각각 10% 오를 경우 회사는 제품 1개당 마진율이 10%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원가 상승률만큼 가격을 올리지는 않더라도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면 음식료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음식료업종 중에서는 라면을 생산하는 농심(004370)과 오뚜기(007310)·삼양식품(003230)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 운용역은 "음식료품 중 유일하게 라면 가격이 아직 인상되지 않고 있다"며 "팜유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라면 가격의 인상 압력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재업종에서는 롯데케미칼(011170)과 금호석유(011780)의 주가 강세가 예상된다. 원면과 천연고무 가격이 오르면 화학섬유와 합성고무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원면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고 금호석유는 천연고무 가격이 오르면 대체재인 합성고무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 있어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

유경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원면과 천연고무는 엘니뇨와 상관관계가 가장 클 뿐만 아니라 현재 가격이 최근 3년래 저점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향후 가격 상승세가 예상된다"며 "원면과 천연고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패션업계나 타이어업계보다 대체재를 생산하는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의 가격 인상 속도가 더 빨라 실적 개선 폭도 더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농산물과 원재료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금융상품 투자에 나서는 것도 엘니뇨를 대비한 전략 중 하나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TIGER농산물선물(H)가 대표적. 선물회사를 통해 미국의 면화 선물이나 일본의 고무 선물에 대한 투자를 할 수도 있다.

손 연구원은 "엘니뇨의 발생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는 있지만 100% 발생한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면서 "직접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의 경우 늦여름까지 뉴스를 지켜보면서 신중히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