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판매 급갑속·日기업은 국내시장 공세강화국내기업들이 일본시장 공략에 비상이 걸린 반면 일본기업들은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엔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데다 일본경제가 수년간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현지 판매가 급감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일본시장 여건이 올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지난해 수준의 실적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일본시장에서 3억달러 상당의 디지털 가전제품을 판 삼성전자는 올해 판매목표 등 경영계획 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연말이후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에는 일본지사에 가전제품 영업전략을 시장확장보다는 주문물량만 소화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라는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비해 지난 90년 한국시장에 처음 뛰어든 소니를 비롯한 도시바, JVC 등 일본 가전업체들은 국내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일본 가전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0%선. 특히 디지털캠코더는 80%를 넘고 워크맨 등 휴대용 오디오는 50%, DVD플레이어는 25%대에 달한다.
올들어서도 디지털방송과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대형 매장을 여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본 기업들은 국내 시장 점유율을 점차 높이고 있으나, 국내업계의 일본진출은 제동이 걸렸다.
현대차는 지난달 일본에서 61대를 판매, 지난해 10월 136대로 세자릿수를 기록한 뒤 11월 173대, 12월 282대로 월간 판매기록을 잇따라 경신했던 데 비하면 크게 줄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지난해 5월에 이어 13~15일 일본을 다시 방문, 현지판매 확대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등 부진 만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일본 도요타는 지난 1월 국내 첫 출시한 렉서스 ES300 모델의 인기에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인 134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판매량이 841대인 것을 감안하면 월 판매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 도요타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 수입차 시장의 10.8%를 점유, 성공적인 진출로 자체평가하고 있다"며 "올해도 지난해보다 30% 정도 늘어난 1,050대 정도를 판매, 점유율 10% 대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기업들은 엔화약세를 앞세워 가전ㆍ자동차 뿐만 아니라 항공ㆍ반도체부품ㆍ화장품ㆍ대금업 등으로 공세범위를 넓히고 있다.
임석훈기자
최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