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일주일간 서울시는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심야 할증시간대 조정 여부를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시 홈페이지-시민참여 메뉴-설문조사(e-poll)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이상한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설문 응답자 중 59%(1,827명)가 심야시간대(오후10시~오전6시)에 주로 택시를 이용한다고 답변했는데 이들 중 승차거부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는 답변이 53.6%(1,660명)를 차지했다. 승차거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6.4%(1,437명)에 그쳤다. 매일 자정 무렵이면 택시들의 승차거부로 곳곳에서 시비가 붙는 현실을 감안하면 뜻밖의 결과다. 설문조사 첫날 압도적으로 76.1%(387명)가 승차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또 하나는 심야에 승차거부 등으로 택시를 타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응답이 우세함에도 할증시간을 앞당겨 택시요금 인상 효과를 가져오는 정책에 시민들이 선뜻 동의했다는 점이다. 할증시간대를 1시간 앞당기면 오후11시 이후 택시를 이용해온 승객들도 지금보다 20%의 할증료를 더 내야 된다. 최근 증세 논란에 유리지갑을 가진 직장인들이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지만 봐도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다.
여론조사 진행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설문조사는 시 홈페이지 회원자격으로 한 번, 비회원 자격으로 한 번만 가능하도록 돼 있다. 한 명이 두 번의 응답 기회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PC를 계속 바꿔가며 비회원 자격으로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한 사람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응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의도한 결과가 나오도록 조작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서울시 내부에서도 논란이다. 중요한 정책 결정에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순진했다는 비판이다. 한 여론전문가는 "온라인 설문조사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매우 어렵다"며 "공공정책 결정 과정에 활용하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실무자의 무지 때문인지, 의도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서울시답지 않은 설문조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