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로부터 수입하는 원유 물량이 거의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이 24일 보도했다.
FT는 미국 에너지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8월 미국의 전체 원유 수입에서 OPEC 회원국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떨어지면서 1985년 5월 이래 가장 낮았다고 전했다. 미국이 OPEC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1976년에는 이 비중이 88%에 달했다.
OPEC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이처럼 낮아진 것은 수압파쇄 공법(프래킹)의 발달로 이른바 ‘셰일혁명’이 일어나면서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900만 배럴 수준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1980년대 중반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OPEC 의존도 감소는 세계적인 석유 거래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OPEC이 아시아 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셰일 붐이 OPEC 회원국에 미치는 영향은 각기 다르다. 알제리나 리비아같은 아프리카국들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나 베네수엘라 같은 회원국은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폴 호스넬 애널리스트는 “(셰일 붐의 영향으로) 가장 심하게 압박을 받은 지역은 아프리카”라고 지적했다. 미국 노스다코타 지역의 유전에서 나오는 것과 흡사한 품질의 원유를 생산하는 나이지리아는 지난 7월 원유 수출이 완전히 중단됐다. 수출이 중단된 원유의 양만 하루 평균 137만 배럴에 이른다.
일부 분석가들은 사우디와 다른 중동국들이 지난 세기에 구가해온 세계 석유시장의 지배적 지위가 셰일 붐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옥스퍼드에너지연구원 이사인 바삼 파투는 “OPEC은 세계 석유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고비용 생산자가 저비용 생산자를 시장에서 몰아내리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