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치열할수록 좋다/김강수 한국경제연 선임연구원(기고)

시장경제의 생명력과 성장활력은 경쟁을 통해서 생성·유지된다. 기업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체질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인다.경쟁력 있는 건실한 기업들이 모여서 국가경쟁력을 높인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의 세계화 추세에 따라 경쟁의 개념과 내용도 변화해야 한다. 이제 우리기업의 경쟁무대는 국내시장이 아닌 세계시장이다. 따라서 시장과 경제의 개념도 세계화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두 가지 형태의 경쟁, 즉 기존기업간의 경쟁과 기존기업과 신규진입 기업간의 경쟁이 존재한다. 이들 두 가지 형태의 경쟁이 모두 가능할 때 비로소 실효성있는 경쟁이 된다. 경쟁은 기업의 활력과 혁신을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경제에는 기업의 경쟁을 제한하는 각종규제가 도처에 산재해 있다. 기업활동과 관련하여 심한 규제를 받고 있는 부문중 하나가 인허가 등 진입에 관한 것이다. 진입규제는 경제적 규제의 전형일 뿐만 아니라 가장 원시적인 (Primary) 것이다. 진입규제는 시장경쟁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나 활동영역을 제한하기 때문에 많은 경제적 부작용을 야기한다. 예를 들면, 경쟁가격보다 높은 독과점가격과 초과 이윤, 과소 공급, 재화난, 서비스의 질 저하 등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 규제론자들은 진입규제의 폐해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러가지 이유, 즉 과당경쟁과 중복투자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과연 이들의 논리가 국경없는 무한경쟁의 세계화시대에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질까. 경쟁은 치열하면 할수록 좋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무차별적 시장진입은 중복투자로 인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지만, 이는 단지 경쟁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기적인 부작용과 비용에 지나지않는다. 장기적·동태적인 관점에서 보면 슘페터가 강조했듯이, 이는 「건설을 위한 파괴」(Constructive Destruction)인 것이다. 진입규제는 단기적으로는 기존기업들을 온실속에 보호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과 기업의 총체적 경쟁력을 저해 한다. 하나의 산업이나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어야 한다. 언제든지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은 퇴출되고 경쟁력이 있는 새로운 기업이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의 퇴출과 생산설비의 파괴는 산업과 기업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유지하는 창조적 파괴인 것이다. 오늘날의 국경없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과당경쟁이나 중복투자의 개념은 더욱 더 그 의미를 잃는다. 중복투자란 특정 산업의 수요와 시장규모가 일정하다는 정태적 개념을 전제로한 것이다. 수요와 시장규모를 가변적이라는 동태적 개념으로 파악내지는 그 범위를 국내에서 세계로 확대한다면 수요와 시장은 잠재적으로 거의 무한대일 것이다. 문제는 수요와 시장이 아니라 경쟁력이다. 국경없는 시대에 외국기업은 언제든지 우리의 모든 산업에 신규진입 투자를 할 수 있다. 오늘날의 WTO체제하에서는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이유로 이를 막을 수 없다. 따라서 국내기업에만 과당경쟁과 중복투자의 논리로 신규진입을 규제하는 것은 명분과 국익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화시대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내시장의 경쟁여건을 조성하여 산업 및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다. 기업의 신규진입과 관련된 모든 규제를 푸는 것이 세계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급한 과제다. 규제를 철폐하고 경쟁여건을 조성하는데 있어 일부 기업들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규제의 공급자라면 수요자는 기업이다. 정부규제의 철폐와 시장경쟁원리의 회복이 기업에 당근만 주는 것이 아니라 채찍도 가하기 때문이다. 세계화시대에 있어 기업들도 경제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