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 사흘만에 철회 실각땐 그리스 사태 타개할 지도부 공백 생겨 사마라스 제1야당 당수 구제금융안 찬성 선회 80억유로 지원 받은후 내년 1월에 총선 예상
입력 2011.11.04 18:01:00수정
2011.11.04 18:01:00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라는 도박을 걸었다가 사흘만에 이를 철회한 그리스 여당이 집권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휘말리고 있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뜻하지 않은 내부 반란으로 벼랑끝에 몰려 있으며 현재로서는 거국내각을 구성해 재정위기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스 총리실은 3일 이메일 성명을 통해 "구제금융안에 대해 야당이 동의할 경우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또 "처음부터 국민투표 자체를 의도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야당이 구제금융안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을 환영하며 야당과 거국 내각 구성안과 구제금융안을 두고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긴급정상회담을 열어 그리스를 압박하고,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마저 반대의사를 밝히는 등 안팎의 저항에 부딪혀 국민투표라는 카드가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 재정위기 해결의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국민투표가 취소됨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은 파판드레우 총리의 정치생명에 쏠리고 있다. 현재 그리스 의회는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끌고 있는 집권 여당인 사회당이 전체 300석 중 152석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미 레임덕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며 퇴진이 시간문제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3일 각료회의에서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사실상 퇴진의사를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가 내부적으로는 권력에 집착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어 야당과의 협상에도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은 베니젤로스 재무장관 등 일부 장관들이 총리의 퇴진 약속을 받아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파판드레우 총리가 실각할 경우 그리스 사태를 지휘할 지도부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주요 외신은 이와 관련해 현 상황에서는 당장 야당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행정부를 구성하는 방안이나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방안도 실행하기 어려워 총리가 결국 야당이 제시한 거국 내각 구성안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일시적인 거국내각이 구성돼 EU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새로운 구제금융안의 세부 사항들을 협상할 것이며 8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안 지원을 보장받은 후 내년 1월 말에 총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향후 일정을 전망했다.
이는 애초 구제금융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던 제1야당인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가 제시한 방안과 유사한 것이다. 사마라스 당수는 지난 3일 거국 내각 구성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이를 전제로 구제금융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마라스 당수는 파판드레우 총리와 대학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사이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국민투표 파문과정에서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치권에선 사마라스 당수가 당초 구제금융 거부 및 긴축정책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국제사회의 구제금융을 예정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 변화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AFP통신은 이와 관련해 파판드레우 총리가 이날 저녁에 열린 의회 연설에서 "지금과 같은 중대한 시기에 권력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조기총선을 사실상 거부했으나, 거국 내각 구성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총리가 "선거를 치르기 전에 정국을 정상화하고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긴축안을 이행하기 위해 광범위한 합의에 기초한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앞서 야당이 제시한 방안과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