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동차 메이저들이 국내자동차 업체와 자본참여나 전략적 제휴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IMF이후 회생의 발판을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이에반해 일부 업계관계자들은 단순하고 낮은 단계의 일상적 기업활동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 같다는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GM과 포드, 독일의 다임러 벤츠 등 외국 메이저자동차업체들의 한국내 활동에 대해 국내자동차업체는 이처럼 상반된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일단 일상적 활동을 확대해석한다는 쪽에서는 『자동차업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국내경제도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업체들이 함부로 움직이진 않을 것』이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업체들이 한국으로 U턴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일단 부품기술, 근로자의 생산성 및 조립능력, 자동차기술력 등에서 한국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번째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또 현대와 대우 등 국내업체들이 세계적인 메이저업체들을 전략적 제휴파트너를 잡지 않고서는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 이들과 손을 잡으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양자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외국업체들이 다시 한국시장을 주시하도록 유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의 전체 자동차시장만 해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인 반면 외제차의 시장점유율은 1%에도 못미친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한국시장의 매력을 얘기해주고 있다. 대부분 국가의 평균 외제차시장 점유율이 15%내외라는 점을 고려할때 한국시장에 대해 직접투자를 하든 판매거점만을 구축하든 그만큼 메리트가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과거에 비해 국내업체들이 제시하는 조건도 거의 헐값에 가깝다는 점도 외국업체를 끌어들이는 매력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제차의 시장점유율이 15%까지 올라갈 경우 국내자동차업체들은 과거 대우나 기아자동차만한 회사가 하나 더 생기는 부담을 안아야 될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국내업체와의 경쟁이 아닌 해외업체와의 경쟁이란 점에서 국내업체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따라서 포드와 GM, 벤츠 등 외국업체들의 움직임을 이같은 해석과 연계시키는 분석들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포드의 경우 『기아에 대해 매력이 없다』며 지분까지 처분하고 떠났지만 3월초부터 기아와 재접촉에 들어갔다. 물론 아벨라후속모델 B-Ⅲ를 아시아시장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수출하겠다는 제의지만 과거 현대와 포드의 관계가 과히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들어오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더구나 현대는 정몽구(鄭夢九)회장 체제를 출범시켰고 포드도 포드 3세가 올초부터 최고경영자에 오르는 등 새로운 관계를 위한 기초분위기는 조성된 상태다. 현대쪽에서도 기아-포드할부금융을 부활시키자는 포드의 제의를 수용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우와 GM은 지난 97년말부터 협상을 시작해 이미 실사를 마친 상태지만 GM측이 한국경제의 불투명한 전망과 대우자동차의 부실한 재무구조 등을 들어 신중론을 펴는 바람에 늦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대우쪽에서 공장별 분할투자 유인쪽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면서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티즈 등 GM이 갖고 있지 않은 경차라인을 매각하되 내수와 일부 해외판매권은 대우가 가질 경우 대우쪽에서도 매각후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대우자동차 고위관계자는 『최종목표는 대우자동차 GM의 전략적 제휴지만 이를 위한 초기 단계로 부품이나 특정 차종, 특정 공장 등 사안별 제휴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츠코리아의 국내설립은 일단 초기에는 이스타나 수출을 확대하겠다는데 무게가 많이 실려 있다는게 자동차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벤츠는 최근 부품업체들에 대한 실사에 착수, 향후 국내에 조립공장설립을 추진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자동차업계에서는 특히 국내경제 회복시기를 2000년 이후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시장을 선점하지 않을 경우 진입장벽이 높아진다는 점도 해외업체들의 국내업체와의 협상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해석하고 있다.
세계자동차업계는 최근 다른 자동차회사와의 제품개발, 판매 등의 분야에서 전략적제휴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을 경우 도태된다는 위기감에 휩싸여 M&A(인수·합병)와 전략적 제휴를 가속화하고 있다. 【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