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출기업 위기감 증폭

공단 임대료 1년만에 두배 뛰고 대출금리 21%까지…
일부 中企 높은 인건비에 공장 매각 나서
대기업선 환헤지등 중장기 대책 마련 분주
정부 규제완화로 투자 확대 가능성은 남아


베트남 경제의 불안 상황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와 원자재 값이 급등하고 공단 임대료도 1년 만에 두 배 이상 오른데다 베트남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대출금리마저 최대 21% 선까지 상승하면서 현지 공장을 처분하는 기업마저 생겨나고 있다. 대기업들도 ‘베트남=저임금 생산기지’라는 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아래 현지의 경제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다만 베트남 정부가 규제완화 등을 공격적으로 진행하면서 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은 오히려 넓어지고 있어 앞으로 1~2년이 베트남에 대한 국내 기업 투자의 향배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에 치명타=당장 인건비, 원자재 가격, 부지 임대료 등 경영비용 증가가 중소기업에는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베트남에 진출한 한 봉제업체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40%나 치솟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진출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지 대출이 많은 중소 한국 업체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자율이 20%가 넘는 상황이어서 경영 압박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아파트 급매물이 늘어나면서 현지에 진출한 건설사들도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중장기 대책 마련 중”=대기업의 경우 당장 타격을 버틸 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중장기적인 경제 불황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하노이에 가전공장을 두고 있는 LG전자는 환율 급등에 따라 일단 환헤지 등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내수가 장기 침체에 돌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지 내수 비중을 줄이고 수출 활로를 개척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건설과 대우건설ㆍ금호타이어 등이 진출해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단기적으로는 큰 위기가 올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주가 폭락에 따른 베트남 경기침체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는 기회일 수도=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차원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 확대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A그룹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투자와 관련해 “아직은 위험성보다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며 “1~2년 안에 베트남이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투자를 확대해 현지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는 현지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전선 및 통신 케이블을 생산하는 대한전선은 진출 1년 만에 최근 순이익을 내고 현지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외국인 근로자 차별조항 개정, 서비스 유통시장 완전 개방(2009년) 등 규제완화에 따른 베트남의 사업 용이성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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