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라크전 승인여부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들은 이라크 원유에 얽힌 이해관계를 기준 삼아 찬반 양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LA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이라크와의 석유거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이 반전연대를 형성한 반면 91년의 걸프전 이후 후세인의 미움을 사고 있는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에 새로운 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석유이권을 중심으로 주전과 반전으로 진영을 달리한 셈이다.
LA타임스의 분석에 따르면 이라크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상임이사국들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가는 단연 프랑스이다. 프랑스는 세계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의 원유 개발을 위해 1928년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을뿐 아니라 이라크정부가 석유사업을 국영화한 1972년 이래 바그다드측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기득권 관리에 공을 들여왔다.
프랑스의 관련업체들은 1차 걸프전이후 유엔이 이라크의 원유 판매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자 유엔 제재가 풀릴 때에 대비해 이라크 최대의 유전지대인 마즈눈과 나르빈 오마르에 대한 석유 탐사 및 시추권을 따냈다.
러시아와 중국도 마찬가지다. 유엔제재가 해제되기 전에는 이라크와의 새로운 원유계약을 실행에 옮길수 없다는 유엔 결정으로 일단 발이 묶인 상태이긴 하지만 물밑 접촉으로 이미 `알짜 계약`을 확보해두었으니 후세인 정권을 전복시키고 이라크의 정치판을 다시 짜겠다는 미국과 영국의 입장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반면 1차 걸프전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의 기업들은 이라크와 원유와 관련된 협상을 벌여선 안된다는 자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먹이감을 쓸어가는 것을 속쓰리게 지켜보아야 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이 승전국으로 이라크를 사실상 접수하게 되면 사정은 일거에 역전된다. 이들이 이라크 석유의 최고지분을 갖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이라크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미국의 원유관련 업체들 가운데에는 딕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낸바 있는 핼리버튼사도 포함되어 있다. 유전서비스업체인 핼리버튼은 이라크의 유정방화에 대비, 이미 미국정부에 기술자문과 장비제공 등 협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의 확인된 석유매장량은 1,120억배럴이고, 탐사를 기다리는 미개발 매장량은 2,500억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정아 기자
<미주한국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