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兆 국내 통신장비시장 판도변화 오나

에릭슨, LG노텔 인수 기정사실화
삼성전자와 치열한 주도권 다툼속
中화웨이 등도 시장진출 확대 총력


삼성전자와 LG노텔이 양분하고 있는 국내 통신장비시장 판도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LG노텔이 스웨덴 에릭슨으로 넘어가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국내 통신장비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에릭슨과 삼성전자 간에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 것. 여기에 중국의 화웨이와 노키아지멘스 등도 국내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 차세대 이동통신장비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국내 통신업체들은 앞으로 무선인터넷 활성화 추세에 발맞춰 3세대(3G) 이동통신 기술은 물론 4G 설비투자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 통신장비시장은 기존 통신장비 대체수요와 소규모 와이브로 투자 등으로 연간 수천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이통사들이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관련 장비시장도 기지개를 켤 것으로 예상된다. 4세대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에릭슨은 한국 LTE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LG노텔 지분 50% 인수를 조만간 마무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이 지난해 한국에 2조원을 투자하기로 밝힌데다 LTE 사업 신청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통신장비시장은 LG노텔과 삼성전자가 양분해왔으나 에릭슨이 LG노텔 지분 인수를 완료하게 되면 에릭슨-삼성전자 구도로 변화되게 된다. 에릭슨은 국내에 차세대 이통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해 1,000여명의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등 한국을 LTE시장의 전진기지로 삼을 전략을 세웠다. 이와 함께 에릭슨은 KT와 손잡고 '클라우드 통신망' 기술을 활용한 HSPA+ 기술 공급에 나서고 있다. HSPA+는 비동기식(WCDAMA) 3G 이동통신 기술의 마지막 단계로 일명 3.9G 기술로 불릴 만큼 업로드ㆍ다운로드 속도와 처리능력에서 4G 기술에 육박한 상태다. 에릭슨의 한 관계자는 "베스트베리 회장의 한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투자도 함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노키아지멘스ㆍ알카텔루슨트 등 내로라하는 통신장비업체들이 국내 통신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한 시장 진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장비업체들 간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화웨이는 KT가 발주한 2,000억원 규모의 전국 84개 지역 와이브로망 확장사업에 입찰해 사전 장비시험평가를 통과했다. 화웨이는 미국ㆍ독일ㆍ싱가포르ㆍ필리핀ㆍ스페인ㆍ호주 등에서 와이브로 장비를 납품하는 등 후발업체 가운데 가장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화웨이가 최종 평가까지 통과하고 장비를 납품할 경우 경쟁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알카텔루슨트는 벨연구소를 통해 SK텔레콤과 차세대 유무선 통신기술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노키아지멘스도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와 접촉하는 등 시장 진출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통신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국내 통신시장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와이브로ㆍLTE 신규투자를 둘러싼 수주전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인도 와이브로 시장 등 해외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하면서 와이브로 종주국의 위상을 지켜나갈 계획이다. 인도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월 와이브로 주파수 할당에는 인도 통신사업자 타타를 비롯해 바티에어텔ㆍ에어셀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인도 현지 통신사업자와의 협상을 통해 와이브로 장비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와이브로 종주기업인 삼성전자는 인도 와이브로 시장에서 수주에 꼭 성공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와이브로 기술기업의 위상을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북유럽에서 세계 최초로 LTE 단말기 상용 서비스에 성공하는 등 4G 통신장비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G LTE, 3G HSPA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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