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재정위기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인 미국에게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세계 대형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1년 간의 투자 전망을 조사한 결과 미국이 중국ㆍ브라질 등 대형 신흥국을 제치고 가장 높은 성적을 올릴 지역으로 꼽혔다"고 8일 보도했다. 통신은 "그리스 채무 위기로 글로벌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투자자금이 다시 미국을 주목하고 있다"며 "유로존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39%의 응답자가 최고의 투자대상 국가로 미국을 꼽았고 브라질과 중국은 각각 29%, 28%로 나란히 2ㆍ3위를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가장 유망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도 "미국 경제가 제 궤도를 찾고 있다"며 이같은 긍정적 시각에 힘을 보탰다. 버냉키 의장은 7일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주최 만찬에서 "미국 경제가 늦여름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소비 지출과 기업 투자가 늘어나 민간 부문이 (정부 부양책을 대신해) 경제 성장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 경제가 정부의 부양 조치 및 기업들의 재고 확충으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올해는 소비 및 기업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같은 '무난한' 성장세는 금리를 유지하고 물가 상승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금리 인상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추후에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개인 대출도 경제 위기 이후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 4월에는 0.5%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또 개인연금 투자도 4월중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아시아 시장은 높은 투자 성과를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WSJ은 이날 "분위기는 나쁘지 않지만 현재의 (높은) 수익이 지속될 수 있을 지가 시장의 관건"이라며 "글로벌 경제회복 기대감을 다시 살려줄 수 있는 힘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로존 위기가 잦아들며 글로벌 시장이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독일의 제조업 지표 개선과 대만의 수출 성장 등 최근 지표는 모두 힘찬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어떤 방향을 취할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