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권오승(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은 13일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느닷없이 ‘윤동주의 서시’를 읊었다. 권 위원장은 “지난주 말 읽었는데 가슴에 와 닿았다”면서 ‘서시’를 읽었다고 공정위 관계자들이 전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개편을 놓고 권 위원장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읊은 시인 만큼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가 출총제 개편안으로 ‘출총제 축소ㆍ유지와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라는 정책조합을 내놓은 후 재계는 물론 정치권과 정부부처 등으로부터 ‘시대 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권 위원장의 소신에 대해 일각에서 ‘밥그릇 지키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라 본인의 소신에 의해 나온 정책이라는 점을 외부에서도 알아줬으면 하는 심정을 말한 것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또 다른 간부도 “위원장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임기를 마칠 때까지 ‘할 일은 하겠다’고 말씀해오셨다”면서 “서시를 읊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14일 열릴 대통령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공정위가 마련한 대안이 크게 수정될 경우 권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도 자연스럽게 주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