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할당량 적어… 재산정해야" 정부 "내년 시행 차질… 변경 못해"

■ 탄소배출권거래제 'BAU 산정 방식' 갈등 심화


정부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해 산업계의 배출전망치(BAU) 재산정 요구를 일축했다. 산업계는 BAU의 산정근거를 공개하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가 공개를 꺼려 양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미래사회정책국장은 31일 우원식·김현미·박완주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열린 배출권거래제 토론회에서 "BAU는 산업부 등 정부 부처가 합의를 이뤄 발표한 내용이어서 현 시점에서는 변경할 수 없다"며 "지금 재산정하게 되면 내년에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지 못하게 돼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BAU는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가정에서 앞으로 발생할 온실가스 예측량을 말한다. 환경부가 지난 2009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모델을 바탕으로 BAU를 책정해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16억4,000만톤으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이를 넘어설 수 없으며 할당량을 초과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은 다른 업체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정부의 BAU 산정 방식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태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 팀장은 "글로벌 탄소시장 전문 분석기관에서 2013년 말 기준 배출 전망치가 2009년에 비해 최소한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정부는 2009년 측정자료로 BAU를 결정했다"며 "석유화학 등 17개 업종의 배출가스 할당량이 14억9,500만톤인 데 비해 업계 산출치는 17억7,000만톤으로 2억7,500만톤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현재 BAU 산정방식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륜민 환경부 배출권거래제 준비기획단 단장은 "산업계에서 BAU가 과소 책정됐다고 주장해서 지난해 BAU 책정방식이 제대로 됐는지 재검증을 거쳤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BAU가 배출권거래제의 핵심 논제가 되고 있지만 정부는 산출 근거와 모델 등을 공개하지 않아 산업계와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한국반도체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들은 내년에 대규모 증설 계획이 있는데 BAU가 이보다 훨씬 적게 책정됐다"며 "협회에서 추산했을 때 내년에 당장 10~20%가량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데도 환경부는 1~2% 감축하는 수준으로 파악할 정도로 괴리가 큰데 정부에서 BAU 산정방식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흥진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은 이와 관련, "BAU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며 관련 데이터 공개는 어렵다고 이미 기업들에 말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배출권거래제의 고시 계획 등 후속 조치를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발적 참여업체와 의무 대상 업체 등 할당 대상 기업이 7월까지 고시돼야 했지만 산업계의 반발로 미뤄진 상황이다. 이찬우 국장은 "기업에 준조세 성격의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며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서 법령에 규정된 대로 내년 1월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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