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ㆍ신산업 협력" 불어 연설에 기립박수

■ 朴대통령 韓ㆍ佛 경제인 간담회 참석
깜짝 놀란 기업인들 "佛에 높은 관심 보여줘 양국관계 발전 초석될 것"
39년전 유학 때 인연… 주지사 미망인 만나기도


4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의 메데프회관 1층 강당.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당이 떠나갈 듯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에 앉지 못할 정도로 박수가 수십초 간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한ㆍ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해 20여분간 기조연설을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어나 영어가 아니라 불어로 연설을 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전경련과 프랑스 경제인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피에르 가타즈 프랑스 경제인연합회 회장, 루이 갈루아 한불 최고경영자클럽 위원장 등 프랑스 기업인 120여명을 포함해 양국 경제인 240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한국어로 연설을 하고 통역자가 불어로 통역을 할 것으로 예상했던 프랑스 기업인들은 박 대통령의 불어 연설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프랑스 측의 한 참석자는 “박 대통령이 불어로 양국의 경제발전 방향에 대해 연설하는 것을 보고 한국이 프랑스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면서 “양국 관계 발전의 또 다른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측 또 다른 관계자는 “발음이 아주 정확하다”며 원더풀을 연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불어연설에서 “양국 간 창조경제 협력의 잠재력이 큰 미래 신산업과 문화산업, 중소·벤처기업 등 세 분야에서 양국 경제인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노력해왔던 창조경제를 향한 양국의 노력을 하나로 모은다면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문화, 기술과 산업이 만나는 창조적 융합을 통해 양국의 창조경제 구현을 이루고 미래의 경제 틀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미래 신산업분야 협력과 관련, “프랑스 정부는 신에너지와 건강, 디지털, 운송 분야 등 4개 분야 34개 산업을 미래전략 산업으로 선정했고 한국 정부도 태양전지와 스마트 그리드, 해양 플랜트 등을 포함한 미래 신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석기시대가 끝나게 된 것은 돌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청동기라는 신기술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에너지 자원문제와 기후변화 문제는 화석연료가 없어서가 아니라 과학기술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새로운 에너지로 도약함으로써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문호 아나톨 프랑스의 “위대한 것을 성취하려면 행동뿐 아니라 꿈을 꿔야 하며 계획할 뿐 아니라 믿어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양국이 함께 손잡고 열어갈 공동번영의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이 공동의 노력을 통해 결실을 볼 것이라는 믿음을 다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39년 전 佛 유학 당시 주지사 미망인 만나=박근혜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오후 숙소인 르그랑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39년 전 프랑스에서 유학할 당시 소중한 인연을 맺었던 한 분의 프랑스 미망인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미망인은 앳된 여학생에서 일국의 대통령이 돼 프랑스를 찾은 박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74년 프랑스 유학 당시 자신을 각별히 배려해준 이제르주 주지사의 미망인 보드빌 여사와 만나 아스라한 추억에 잠기는 듯했다. 고령의 보드빌 여사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파리를 찾은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고마움을 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해 “당시 보드빌 여사의 남편은 이제르주 주지사로 박 대통령의 유학 생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신경을 써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망인께서 대통령님을 보고 싶어 하셨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22살이던 1974년 초 교수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직후 프랑스 동남부의 그르노블대학에서 어학 과정을 공부했다. 최근 출간된 한ㆍ프랑스 외교 관련 서적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프랑스 역사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당시 외교문서에는 박 전 대통령이 당시 프랑스 대사와의 접견에서 “큰딸(박근혜 대통령)에게 불어를 배우게 했다”고 언급한 부분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2007년 출간된 자신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했던 것부터 외국인 친구들과 지냈던 일 등 유학시절 생활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

박 대통령은 3일 동포간담회에서 “프랑스는 젊은 시절 미래의 꿈을 안고 유학 왔던 곳인데 어머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셔서 유학생활을 접고 귀국해야 했다”면서 “하지만 당시 그르노블(이제르주의 주도)에서 보냈던 짧은 시간은 아직도 저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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